노바티스 백혈병약 ‘글리벡’ 보험급여 유지…환자 손 들어줬다

2017-04-28 08:49
복지부 ‘환자건강권’ 우선 고려…리베이트 품목 중 9개만 급여정지
글리벡 등 23개 품목 과징금 대체…이의신청 거쳐 다음달 처분 확정

노바티스 백혈병약 '글리벡'에 대한 리베이트 행정처분을 앞두고 지난 17일 한국백혈병환우회 등은 환자건강권을 고려해 글리벡 보험급여 정지처분을 과징금 처분을 대체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노바티스는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탄키도 했다. [사진=이정수 기자]


아주경제 이정수 기자 = 환자 건강권과 엄정한 법적처분 우선순위 논란까지 일으켰던 한국노바티스의 백혈병약 ‘글리벡’의 급여정지 처분이 과징금 대체로 일단락됐다.

보건복지부는 불법리베이트를 벌인 한국노바티스에 대해 9개 품목 보험급여 6개월 정지와 33개 품목 과징금 부과 처분을 적용키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한국노바티스는 2011년 1월부터 5년간 43개 품목 판매 촉진을 위해 26억원 상당 불법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8월 서울서부지방검찰청으로부터 기소된 바 있다.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불법리베이트 대상 약제에 대해 원칙적으로 급여정지 처분을 하되, 동일제제가 없는 경우 등에 한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보험급여가 정지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부담금이 높아지기 때문에 환자로선 대체제로 약제 변경이 불가피하게 된다.

이번 조치는 급여정지·제외 제도가 시행된 이후 급여정지 처분이 내려지는 첫 사례였는데, 처분 대상에 글리벡이 들어간 것이 문제가 됐다.

글리벡은 물질특허가 만료돼 대체제라고 할 수 있는 제네릭의약품(복제약)이 출시돼 있으므로 엄밀하게 따지면 급여정지가 이뤄져야 되는 상황이었으나, 환자들은 부작용 등의 우려가 있어 복제약을 복용하기 어려우므로 환자 건강권을 고려해 과징금 처분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때문에 복지부는 불법리베이트에 대해 엄정 대응한다는 원칙과 국민건강권 보호를 고려하면서 관련 의료 전문가와 환자단체와의 의견 청취를 거쳤으며, 그 결과 글리벡에 대해서는 과징금 대체를 인정하는 것으로 처분을 확정했다.

복지부는 “글리벡은 환자가 수년간 장기 복용해야 하는 항암제로서 약제 변경 시 동일성분이라도 적응 과정에서 부작용 등 우려가 있고 질환 악화 시 생명과 직결된다는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과징금 대체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행정처분 대상 42개 품목 중 동일제제가 없는 단일 품목 23개는 과징금 부과, 9개 품목은 6개월 간 보험급여 정지, 글리벡을 포함한 10개 품목은 특별한 사유로 인해 과징금 대체 처분이 적용됐다. 유일한 대체약제 수입사가 노바티스 자회사여서 급여정지가 오히려 혜택이 될 수 있는 상황이 고려돼 과징금으로 대체된 경우도 있었다.

이번 행정처분에 따른 총 과징금으로 551억원이 부과됐으며, 복지부는 이번 처분에 대한 한국노바티스사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다음 달 중으로 처분을 확정할 예정이다. 또 대체제를 활용한 환자 치료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 3개월 처분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과징금 상한 인상과 약가인하 처분 병행 등 불법리베이트 제재수단 실효성 제고를 추진해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처분 추가방안에 대해서는 국회 논의과정을 거쳐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