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정부가 출산·육아 휴가를 늘리고, 육아휴직 급여를 높일 전망이다.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폐지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또 사실혼관계도 법률상 결혼과 동등한 제도적 혜택을 주는 '동거관계 등록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는 3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장기전략 주요과제 '인구구조 변화' 부문에서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해 이 같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약 15년간 1.3명 미만인 초저출산 국가를 벗어나지 못했다. 또 기대수명이 늘면서 생산가능인구는 올해부터, 총인구는 2032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해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5년 단위로 제1∼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계획에 따라 정부 예산만 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효과는 없었다.

전략위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출산·육아 환경을 개선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용과 주택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은 더욱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략위는 선진국 수준을 고려해 출산휴가·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의 급여·기간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배우자 출산 휴가 기간의 경우 한국은 5일이지만 벨기에·스웨덴은 10일, 프랑스·영국은 2주에 달한다. 통상임금 대비 육아휴직 급여도 40% 수준인 한국과 달리 일본·독일은 67%, 스웨덴 80%, 덴마크는 100%다.

또 전략위는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도 출산휴가, 육아휴직 대상자를 확대해 일·가정 양립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로 했다.
육아기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단축 기간 급여를 정부가 일부 보전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을 단계적으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평소 초과근로시간을 적립해 휴가로 쓸 수 있는 '근로시간저축 계좌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지속해서 늘리고 보육료를 현실화하는 방안,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 제도 보완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전략위는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현재 최대 1억4000만원인 신혼부부의 대출한도를 상향하는 등 전세자금 대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일정 요건을 갖춘 사실혼에 대해서는 법률상 결혼과 동등한 제도적 혜택을 주는 '동거관계 등록제' 도입을 위해 사회적 논의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전략위는 현재 40세부터 가능한 근로장려세제(EITC) 대상 기준을 내년부터 30세부터로 낮추고 '희망키움통장'도 확대해 일하는 저소득층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출산, 육아에 따른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기 위해 여성 고용유지 우수기업 지원 강화방안을 내놓고 민간기업과 협력해 장년층 인력 활용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거나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연공급·호봉제 중심의 임금 체계를 성과급·직무급 중심으로 개편해 고령층에 대한 고용 부담도 줄이기로 했다.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 등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기초연금액 인상, 기본소득 도입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