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김재욱,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배우

2017-03-31 06:00

[사진=더좋은 이엔티]


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 [인터뷰①]에 이어 계속 ◀ 바로가기

배우 김재욱은 오랜 연기자 생활동안 축적해놓은 에너지를 ‘보이스’ 속 모태구로 포텐을 터트렸다. 그만큼 욕심이 났던 연기였다. 지난 16년간 그의 연기가 그랬다. 늘 한결같이 연기에서만큼은 욕심을 냈다.

‘보이스’가 김재욱에게 감히 인생 캐릭터라고 붙일 수 있지만, 사실 그는 다양한 색깔을 연기하는 카멜레온 같은 배우다. 얼핏보면 브라운관에서 자주 접할 수는 없는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그는 작품을 1년 이상은 쉬어 본적 없이 꾸준히 연기를 해왔다. 작품이 없을지라도 절대 조급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게 김재욱만의 보이지 않는 자신감일지도 모른다.

‘보이스’도 그랬겠지만, 그는 작품의 전체를 보고 선택한다. 그만큼 이제는 연기에 대한 혜안이 생긴 것이라는 걸 스스로 입증하고 있었다.

“20대 때는 캐릭터가 중요했었어요. 인물에 대한 욕심이 넘칠 때여서 제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건지를 봤다면, 30대에 접어들어서는 작품 전체를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 역할을 위한 게 아니라 이 작품에서 누구를 움직일 것인가 하는 관점으로 바뀌었죠. 예전 같았으면 자신이 없다거나 ‘이건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작품을 배제한 것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런 작품이더라도 호기심이 가고 참여하고 싶은 작품이라면 롤보다는 캐릭터 스펙트러을 넓힌다는 관점으로 생각이 바뀐 것 같아요.”

그렇게 차곡히 쌓아올린 자신의 필모그라피는 어느덧 김재욱이라는 이름으로 배우로서의 브랜드를 견고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떤 연기든 해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김재욱은 연기 뿐 아니라 음악에도 조예가 깊다. 많은 이들이 알진 못하지만 그는 밴드 월러스의 보컬로 활약했다. 본업인 연기에 충실하다 보니 활발한 활동을 할 순 없었지만, 여전히 음악에 대한 애정은 갖고 있다.

“밴드 활동 못한지 1년이 넘었어요. 월러스라는 밴드가 프로젝트 밴드에 가까워요. 저를 제외하고는 다른 멤버들은 음악을 계속 하고 있죠. 각자가 필드에서 열심히 하다가 순수하게 아무것도 재지않을 때 음악을 만들어서 활동하다 보니 아무래도 공백기가 길어지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연기를 하다가 쉬는 타이밍에 하는 밴드인 것도 아니고요. 앞으로 월러스가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하고 싶단 생각은 커요. 어떤 장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여러 가지 음악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때 그때 만들고 싶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밴드라고 볼 수 있죠.”
 

[사진=더좋은 이엔티]


섬뜩한 살인마 연기를 이토록 잘 소화해내는 배우라니. 문득 그의 실제 성격이 궁금했다.

“특별한 건 없어요. 밝을 땐 밝죠. 기본적으로 수다스럽거나 에너지가 늘 올라와이써나 하진 않는 것 같아요. 필요할 때 이외에도 과묵한 느낌이라고 생각이 들죠. 사실 얼마 전에는 여성스럽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참 신기하게도 이번 연기를 하면서는 상남자 느낌이 많이 난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이제는 잔인한 살인마 모태구를 내려놓고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특히 ‘보이스’에서 호흡을 맞춘 이하나와 로맨틱 코미디로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은 바람과 더불어 코믹 연기에 대한 애정도 함께 드러냈다.

“이하나 씨와 함께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하고 싶다고 제가 먼저 제안을 하기도 했어요. 이하나 씨의 코믹 연기는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결이 있어요. 꼭 언젠가는 로맨틱 코미디가 됐건, 정통 코미디가 됐건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연기도 함께 해보고 싶어요.(웃음) 웃음을 줄 수 있는 에너지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뭐가 됐건 저를 웃겨주는 쇼든 영화든 그런 걸 보면 에너지를 얻어요. 사람들을 행복하고 즐겁고 긍정적인 기분을 들게 하는 코미디가 갖고 있는 힘이 있거든요. 저도 나이를 먹으니 개그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하하하.”

김재욱은 이제 연기 경력 20년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해가 갈수록 배우 김재욱으로서의 마음가짐은 달라지고 있다.

“계속 변해왔어요. 제가 진짜 하고 싶은게 뭔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초심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뭔가 결정을 해야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하고 결단을 내려야하는 순간들이 왔을 때 다른 외적인 부분보다 그런 부분들을 계속 상기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죠. 20대 때에 선택들이 30대는 그것보단 훨씬 더 후회가 남지 않을 떳떳한 선택들을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는 신중했다. 어떤 배우, 어떤 사람인지를 이야기해달라는 물음조차도 조심스러워 했다. 그럼에도 가치관과 소신은 뚜렷했다. 지금의 배우 김재욱, 인간 김재욱을 있게 한 힘이다.

“참 조심스러워요. ‘나는 이런 사람이다’ ‘이렇게 살아갈 것이다’ ‘이렇게 살아온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게 두 시간을 떠들 수 없는 문제죠. 이 말을 하는 순간 스스로가 갇혀버리는 공포심이 있죠. 저는 이런 사람이라고 이야기 하는게 어려운 것 같아요. 배우로서는 늘 궁금한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역할이 뭐가 됐건, 비중이 어떻게 됐건, 이 작품에서 배우 김재욱의 역할은 어떻게 존재하게 되는지 늘 궁금해 해주셨으면 해요. 그런 사람이자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사진=더좋은 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