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수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장 "세계 무대서도 통할 사진작가 배출돼야"

2017-03-28 06:00
지난 2월 26일 취임…3년간 협회 이끌게 돼

조건수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장 [사진=김세구 기자 k39@aju]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한국사진작가협회는 전국 130개 지부에 회원 1만여명을 거느린 우리나라 최대 사진조직이다. 디지털일안반사식(DSLR)·미러리스 카메라에 이어 고화질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 등이 보편화하며 국내 사진 인구는 꾸준히 증가했고, 전문 사진작가의 길을 걸으려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협회가 할 일이 더 많아진 셈이다.

지난 2월 협회를 이끌 수장으로 새로 취임한 조건수 이사장(65·사진)은 "한국 사진 인구는 5000만이라고 봐야 한다"며 "누구나 사진을 접하고 살아가는 시대가 됐다"고 입을 뗐다. 

그의 말마따나 사진을 마치 공기를 흡입하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이 시대, 협회는 그만큼 막중한 무게감과 책임감을 지니게 됐다. 조 이사장은 "해야 할 일도 많고, 이루고자 할 욕심도 많지만 차근차근 할 생각"이라며 "인적 자원의 힘을 한곳으로 모을 수 있게 하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규모 있는 단체라면 어디든 비슷하겠지만, 사진작가협회에도 산적한 현안들이 많다. 조 이사장은 먼저 회원들의 자료 아카이브화와 세계무대 진출 등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그는 "많은 이들이 참여하는 만큼, 서로간에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동료의식으로 함께 해쳐나가야 한다"고 전제한 뒤 "각 지부끼리의 교류, 공동의 이익 추구, 창작 활동에 대한 공감 등도 신경 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작가들의 국제화에 관심이 많다. 40여년간 사진 외길을 걸어오며 해외 사진계와 우리의 그것 사이에 큰 간극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선 좋은 사진으로 평가 받는데, 해외에선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들과 우리 사이에 벽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들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고 회상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들이 있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또 로버트 카파 등 해외 유명 작가들의 전시회에는 관람객들이 줄을 서지만, 국내 작가들의 전시회는 모객하는 게 큰일일 정도로 한산하다. 조 이사장은 이런 풍토에 대해 "때론 약 오르고, 무시당한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며 "우리가 해외 사진작가들보다 앞서 있든 그렇지 않든 그 벽을 허물어야 한다. 일반인들이 기꺼이 자기 돈 주고 사진전을 볼 수 있도록 국내 사진이 세계적인 퀄리티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내 작가들의 세계화가 단기간에 이룰 수는 없는 일이지만,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일화처럼 누군가는 시작을 해야 하고, 하다 보면 이루어질 것"이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조건수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장 [사진=김세구 기자 k39@]


조 이사장이 또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조직의 소통과 화합이다. 사진작가협회도 이사장 선거 등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크고 작은 불협화음을 내온 게 사실이다. 그는 "사소한 다툼은 어느 단체에나 있는 법"이라면서도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단체를 만들어야 한다. 소통을 원활하게 해서 화합을 이룰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그는 "사진을 엄연한 '예술'로 평가하는 의식도 제고해야 하고, 기관·학회·협회 등 사진을 망라하는 곳들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가 예로 든 '사진의 날' 제정 등은 그 일환이다.

여러 사진 장르 중에서 특히 흑백사진에 애착을 갖고 있다는 그는 "최근 몇 달간 암실에 들어가보질 못했다"며 '이사장'이 아닌 '사진작가'로서의 활동을 잘하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을 못내 아쉬워했다. 그는 "나 스스로 만들어내는 작업들이 성취감과 만족감을 줬다"며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후배들에게 입버릇처럼 "선배들은 너희들이 전업작가로서 수준 높은 작품들을 내놓도록 그 토대를 닦을 테니,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천천히 사진을 즐겨라"고 말한단다. 

비록 앞으로 3년간 카메라를 자주 만질 일은 많지 않겠지만, 그가 이끌어갈 협회가 누군가의 카메라를 더 빛나게 할 수는 있을 거란 예상이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