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맞이한 정몽구 회장, '현장'에서 '내실'로 바뀌는 경영철학
2017-03-16 19:00
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오는 19일 한국 나이로 팔순(80세)이 된다. 정 회장은 1938년 3월 19일생이다. 재계 주요 그룹 총수 가운데 최고령에 속하지만 어느 누구보다 왕성한 활동을 펼친 인물로 꼽힌다.
그런데 올 들어 정 회장의 경영 행보에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현장경영'으로 대표돼 온 그였다. 지난해만 해도 러시아, 슬로바키아, 체코, 미국, 멕시코, 중국 등 글로벌 시장 곳곳을 누볐다.
하지만 올해는 국내외 행사에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고 있다. 해외 출장은 물론 올해 초 열린 시무식에조차 정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현대차는 윤여철 부회장이, 기아차는 이형근 부회장이 각각 시무식을 주재했다.
대신 그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해외 현장을 찾는 일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세계가전박람회)를 시작으로 스위스 다보스포럼(WEF), 현대차 유럽딜러대회, 미국 '제네시스 오픈' 행사에 참가한 데 이어 최근에는 제네바 모터쇼를 참관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내실경영' '책임경영'을 그룹사 전체에 본격화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했다. 실제 정 회장은 올해 경영방침으로 '내실강화, 책임경영'을 제시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외형은 커졌으나 수익성은 뒷걸음질 쳤다.
이에 정 회장은 직접 경영 일선에 나서는 대신 각 조직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기술 선점을 위해 국내 및 글로벌 연구소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등과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의 협업을 통해 미래기술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전략기술연구소의 출범 역시 현대차그룹의 변화 중 하나다.
변화는 올해 주총 안건에서도 감지된다. 현대차는 17일 주총에서 정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할 계획이다. 이는 정 회장이 책임경영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현대차 관계자는 "등기이사 재선임은 그룹 오너이자 회장으로서 책임경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등기이사 자리를 맡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회장 직함을 유지하며 권한만 행사하고 보수만 챙겨가도 되지만 등기이사 자리를 유지하면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함은 물론 법적 책임까지 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