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위기 놓인 민간LNG 사업…뒷걸음치는 에너지정책

2017-03-19 13:54
정부 정책 역행…친환경 에너지 분야 생존 위협
2012년 가동률 60%에서 지난해 40%로 뚝…"석탄에 집착하는 정부"

아주경제 현상철 기자 =지난 2011년부터 사업에 뛰어든 민간 LNG업체들이 고사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여전히 석탄발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에너지정책 '역주행'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도 매년 수익이 반토막 나자 생존까지 위협당하는 처지에 놓였다. 정부 말만 믿고 시작한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 불과 6년 만에 된서리를 맞게 된 셈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 블랙아웃 이후 전력예비율 확보를 위해 민간업체의 LNG발전 진입을 허용했다. 건설기간이 짧다는 장점을 활용했다.

민간자본으로 전력대란을 예방하고, 민간은 기간산업 진출기회를 가졌다는 점에서 정부와 업체간 윈윈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정부는 전력예비율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자, 돌연 생산원가가 낮은 석탄발전에 집중했다. 결국 2012년 60%를 웃돌았던 민간 LNG발전소 가동률은 지난해 40%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민간기업 7곳 중 5곳이 지난해 적자를 봤고, 나머지 두 곳도 매출 급감으로 타격이 왔다.

LNG 시장이 흔들리는 사이, 석탄발전이 주력인 공기업 5개 발전사 매출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매출상위 두 곳은 올해 상장이 추진되는 등 대조를 보이고 있다.

고육지책으로 정부는 지난해 15년간 동결했던 용량요금(CP)을 2원 가량 인상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현실화 수준에 30%정도 미달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가 매출이 오르는 석탄화력발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신기후체제 출범을 앞두고 '친환경'으로 분류되는 LNG발전을 육성해야할 정부가 오히려 정책적으로 '역주행'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초 민간투자를 유도하다 2년여 만에 태도가 돌변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가 민간에 각 산업부문 투자를 늘려달라고, 당부할 자격이 있느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 15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시장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거래량은 2066억kWh로 전체 거래량의 40.6%를 차지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전력생산은 4년 연속 2000억kWh를 넘어섰고, 점유율 40%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40%가 석탄을 태워 생산한 셈이다.

이렇다보니 정부에서는 석탄사업이 에너지정책에 역행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손을 놓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29년까지 20기 석탄화력발전소를 증축한다는 부분이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다만 신기후체제 출범에 대비, 올해 마련되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 석탄발전을 더 이상 증설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결국 2030년 이후에나 LNG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전력시장 구조에서는 원가가 저렴한 원전, 석탄, LNG 순으로 발전소가 가동돼 LNG발전소 가동률이 낮다"이라며 "CP를 인상하는 것은 현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