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첫날 특검과 치열한 공방… 혐의 전면 부인

2017-03-09 16:1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비선실세' 최순실(61)씨 측에 수백억원대 뇌물을 주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 변호인단이 특검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특히 공소장 자체의 효력과 혐의 전부를 인정하지 않겠다며 공판준비절차에서부터 치열한 법리적 쟁점을 던지며 치열한 다툼을 예고했다.

이 부회장 재판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인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는 변호인단과 특검 측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이날 법정에 이 부회장을 비롯한 '피의자' 삼성 임원들은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준비 절차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특검이 작성한 공소장이 대법원 판례가 인정하지 않는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다며 공소장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원칙적으로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 밖에 사건에 관해 법원에 예단을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인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로 확립된 원칙이다.

이 부회장 측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주장하는건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하고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재판을 받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특검 측이 과거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 이번 사건의 공소사실과 무관한 내용까지 공소장에 포함해 재판부가 유죄 심증을 굳히게 했다며 공소장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간의 대화는 오로지 둘 만이 아는 내용인데 쌍따옴표를 써가며 직접 인용형태로 공소장에 기재했다"며 "현재 대통령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고 이 부회장도 대화 내용을 인정한 적이 없는데도 어떻게 직접인용 형태로 공소장에 기재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특검 측은 변호인의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주장에 대해 구체적인 반박 의견을 정리해 재판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특검 측은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된 최순실씨 사건과 이 부회장 사건의 병합 심리를 재판부에 건의했다. 공여자와 수수자를 별도 심리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검토는 해보겠지만 어느 한 쪽으로 통합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서 사건 기록 열람과 복사를 못했다고 해 준비기일을 추가로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