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파기…美 스스로 발등 찍는 것"

2017-03-09 14:30

아주경제 현상철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파기될 경우,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미국에 더 큰 손해가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FTA 체결이 안된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사이에 적용되는 관세율인 '최혜국대우(MFN)'가 한국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 수출할때 관세부담이 더 커진다는 의미다. 특히 한미FTA 파기시 미국의 무역수지는 더욱 악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보호주의 확산과 한국의 통상전략' 세미나에서 "한미FTA 파기는 미국이 스스로 발등을 찍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부연구위원은 "한미FTA가 파기될 경우, WTO 규정에 따라 양국은 상대방에게 최혜국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며 "최혜국 관세율은 업종별로 한국이 4~9% 수준이고, 미국은 1.5~4%"라고 설명했다.

실제 산업연구원이 자체 분석한 결과, 한미FTA로 양국 모두에게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자동차(0%)의 경우, 파기시 한국은 8.0%, 미국은 2.4%의 MFN이 적용된다.

미국산 자동차가 한국에 들어올 때 8%의 관세가 추가로 붙는 셈이다. 무관세인 철강은 4.5%, 일반기계는 7.2%로 미국의 관세가 높아진다.

특히 한미FTA가 종료되면 우리나라는 대미 수출에서 약 2억6000만 달러의 무역수지가 개선된다고 산업연구원은 분석했다. 반대로 보면 미국의 무역수지가 그만큼 더 악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 부연구위원은 "자동차·섬유·생활용품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업종의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이라며 "단 상호간 무역규모 축소를 동반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미FTA 파기 가능성은 낮지만, 재협상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현재 미국은 멕시코·중국·일본·독일에 대한 대응에 행정역량이 집중돼 있다. 그러나 공약 추진속도가 빨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전반부에는 재협상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법 같이 파급효과에 대한 고려없이 공약을 과감히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FTA 재협상은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 중 하나다. 한미FTA 파기는 우리나라가 재협상을 거부할 때 협상테이블로 유도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재협상 없이 통상마찰을 통한 간접적인 적용세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한미FTA 협상이 진행될 수도 있다. 현행 체제를 유지하되 한미FTA 허용범위내에서 최대한 한국의 수출을 견제하는 방식이다.

문 부연구위원은 "한미FTA가 미국과 미국내 노동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무역협정으로 상호 이익이 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면서도 "선제적 예방조치를 과도하게 의식하면 우리가 스스로 표적이 될 수 있고, 구체적인 대응방안 논의로 전략을 노출해서도 안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미국내 기업의 목소리는 외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정책방향에 부합한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한미FTA 혜택을 받는 수출기업과 연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