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초읽기… 한국은행 '깜빡이' 바꾸나?

2017-03-07 18:02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8일 오전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면서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6일 열린 열린 임원회의에서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한은 정책에 영향을 줄 만한 여건 변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면서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특히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까지 거론할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 의식을 드러냈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올해 하반기 한국과 미국간 기준금리 수준이 뒤집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0.50~0.75% 수준이다. 연준이 앞서 작년 12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만큼 앞으로 두 차례 추가 인상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연 1.25%) 수준과 같아지게 된다. 따라서 연준이 세 차례 인상하면 금리가 역전되는 것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이 3월 인상에 나설 경우 올해 금리인상은 2회가 아닌 3월, 6월, 12월 등 3회가 기본 시나리오가 되고 올해 말 한미 기준금리는 역전되기 시작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한국과 미국간 금리차가 좁혀질 경우 우리 금융시장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보고 국내에 들어왔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돈을 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금리인상으로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까지 더해지면 유출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따라서 그동안 완화적 기조를 유지했던 한은도 통화정책의 방향을 반대로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외국인 자금 이탈 속도가 빨라지면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하반기부터 한은이 본격적으로 금리인상을 논의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국내 시장의 금리도 함께 상승하기 때문에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된다. 여기에 한은까지 금리를 인상하면 빚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계가구가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다중채무자·저신용자·저소득자 등 취약차주의 경우 금리인상에 따른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취약차주는 작년 9월 말 현재 146만명이고 이들이 받은 대출금은 78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실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한계가구의 금융부채는 24조7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계가구는 6만9000가구가 늘고, 이자지급액 역시 135만9000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자영업자 역시 위험하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빚 부담까지 커지면 생계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윤미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숙박업의 경우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0.1%포인트 오르면 폐업 위험이 7.0∼10.6%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