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中 비공식적 사드 보복에 대처하는 자세
2017-03-06 12:26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우리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를 해도 중국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선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비관세 장벽 형태의 가능성은 있겠지만, 무역보복과 같은 대응은 또다른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지난달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국의 사드 보복을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분에 무게를 두며 이같이 얘기했다. 중국이 한반도내 사드 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그간의 한‧중 관계를 생각하면 수위 조절을 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성주군에 사드 배치가 임박하자, 중국의 태도가 확 달라졌다. 비공식적으로 한국기업에 압박을 가하던 중국이 노골적으로 관광, 드라마, 유통 등 전반적인 한국 상품에 태클을 걸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애매한 자세를 보이자, 중국내 기류도 공격적인 성향이 높아졌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수가 줄었고, 여행상품 취소가 이어지는 등 불과 일주일새 상당한 충격파로 다가왔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중국은 한국경제의 절대적 위치에 있었다. 새로운 ‘밀월관계’를 맺으며 동반자라는 공감대도 형성했다. 양국의 교류는 원-위안 직거래장터 개설로 이어지며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제주도와 부산 등 중국 관광객이 점령한 관광지는 벌써부터 매출이 30%이상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어느새 한국 관광지는 중국인이 먹여 살리는 구조가 돼 버린 셈이다.
중국의 경제 보복은 가뜩이나 침체된 한국경제에 큰 암초로 다가오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탈중국’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도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한 것이 결과적으로 ‘경제보복’으로 돌아와 씁쓸할 따름이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현 시점에서 뾰족한 묘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경제보복을 부인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는 어정쩡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범부처 대응팀을 구성하게 되면 이슈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어 소극적이다.
그러나 정부가 제 기능을 상실했더라도, 시장에서는 이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현 시점이 분명 ‘위험’하지만 ‘기회’ 요인도 있다. 지난 일주일새 제주도를 찾은 국내 관광객은 중국 관광객이 줄어 제주도 여행이 더 편했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이미 부산을 비롯한 지자체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대비한 ‘플랜B’를 가동 중이다.
기업들도 생각보다 차분하다. 오히려 중간재 부문은 중국이 더 아쉬워해야 할 판이다. 세계 수준의 반도체 기술은 아무리 중국이 경제보복을 가한다 해도 받아들여야 할 수입품 중 하나다.
중국이 어느 순간부터 한국경제의 한 축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없이 한국이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내수시장이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 수 있겠지만,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우리 정부의 대응 수준은 아쉽기만 하다. 정부가 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불안감을 부추기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중국의 경제보복은 단기전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한순간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이 위기를 발판삼아 새로운 시장개척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관광‧숙박‧음식업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정부는 합리적 수준에서 현 사태를 잠재워야 한다. 중국의 지능적 경제보복 수위가 더 높아진다면 공식적 채널을 가동해서라도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