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中 사드 보복’ 두 손 놓은 정부…속앓이는 기업몫
2017-03-07 14:25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중국이 과연 대국(大國)인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최근 한국에 대한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보복이 도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실소했다. 국방부와 사드 부지 제공 계약을 체결한 롯데그룹을 정조준한 중국인들의 조치는 사실상 ‘테러’에 가까운 상황이니, 대국은커녕 소인배들도 안할 법한 유치한 보복이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최근 중국 현지 롯데마트 앞에서 ‘롯데는 한국을 떠나라’라며 1인 시위하는 등 중국인들의 반(反)롯데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여기다 국내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유례없는 ‘디도스’ 해킹 공격을 받아 6시간가량 마비돼 직접 손실을 입었다.
더 큰 문제는 중국 당국이 여행사를 통한 중국인의 한국 관광을 사실상 전면금지하는 비상식적 조치까지 꺼내들었다는 점이다. 고스란히 그 피해는 롯데를 비롯해 대중(對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 다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점입가경인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도 두 손을 놓고 있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은 사드 배치를 결정한 직후부터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도 이제야 ‘사후약방문’격 조치에 나섰다. 윤 장관은 5일 KBS에 출연해 WTO(세계무역기구),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규정 저촉 여부를 중국 측과 논의할 것이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시인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중국 내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차별적 조치를 받거나 부당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WTO 제소 등 법적 대응은 중국 당국의 위법 여부를 실제 밝혀내기 어렵고, 제소한다고 해도 분쟁 심사 과정이 장기화되면 당장의 보복 조치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 산업부는 민관 합동 한·중 통상점검 태스크포스(TF)를 당초 9일에서 7일로 앞당겼다. ‘사드 보복’에 따른 화장품·식품·철강·석유화학·전기·전자 등 주요 업종별 단체를 만나 해법을 강구하겠다는 것인데, 그동안 뒷짐만 지고 있던 정부가 단박에 묘안을 낼 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정부는 사드 배치 일정을 미루고 조속한 대응책을 마련하자는 지적은 뒤로한 채 오히려 사드 도입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혀, 당분간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 몫이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