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이름 빼고 다 바꾼다?…사업구조·기업문화 개편 '드라이브'
2017-03-03 06:00
아주경제 채명석.문지훈 기자 = ‘인수·합병(M&A)의 귀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생일대의 승부수를 띄울 전망이다.
SK그룹이 내부적으로 최대 2조6000억엔(한화 26조원)에 이르는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문 경영권 인수전에 참여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관계자는 2일 “도시바가 제안서를 보내면 구체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고착화되는 업계 구도를 바꾸기 위해 (인수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FI(재무적투자자) 등 투자 파트너를 물색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시바가 반도체 부문의 경영권을 포함해 지분을 매각키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최대 26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SK그룹은 창립 이래 세 번의 성공적인 초대형 M&A를 통해 정체상태였던 성장곡선을 다시 우상향시키는 성과를 발휘했다.
1980년 대한석유공사(현 SK(주)) 인수로 섬유·석유화학 수직 계열화를 이뤄냈으며,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품에 안고 정보통신기술(ICT)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2012년에는 하이닉스반도체(SK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해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최 회장은 이중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했다. 최 회장이 도시바 인수전을 성공시킨다면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독보적인 ‘빅2 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SK가 도시바 인수전에 참여할지 여부는 결국 최 회장의 최종 결심에 달려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아직 도시바 측으로부터 재입찰 조건 등 계획을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입찰 제안서를 받으면 검토할 계획”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지난해 3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최 회장은 그동안 대규모 인수·합병(M&A)과 내부 조직개혁 등 '뉴SK'로의 변화를 꾀해 왔다.
SK그룹이 올해 들어서만 성사시킨 M&A만 2건에 달한다. SK㈜는 올해 초 6200억원을 들여 ㈜LG가 보유한 LG실트론 지분 51%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화학기업인 다우케미칼의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내부적으로는 계열사 CEO들의 책임 경영을 위해 15년 만에 스톡옵션 제도를 부활시키고 SK네트웍스의 LPG사업을 SK가스에 양수하는 등 사업 정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1998년 SK 대표이사 회장으로 본격적인 경영에 나선 최 회장은 2015년 특별사면 후 ‘혁신’ 키워드를 내세웠다"며 "지난해 국정 혼란 속에서도 큰 문제없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