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일거리 VS 서비스 질 하락…실버택배의 명암

2017-02-08 00:22
지자체-대기업 간 업무협약, 노인 일자리 창출·친환경성 호평
배송 지연, 미미한 수익성 등…“생색내기 정책 불과” 지적도

[아주경제DB] 인천 계양구에서 실버택배를 위해 물건을 분류하는 모습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 서울시 노원구 A아파트에서 거주하며, 실버택배원으로 활동 중인 이모씨(77세, 남)는 “반나절 가량 일해서 월 80~100만원 내외로 버는데 벌이가 쏠쏠하다”며 “같이 일하는 실버택배 동료들이랑 저녁에 끝나면 막걸리 파티도 하고 생활에 활력이 생겨 마음이 예전보다 훨씬 가볍다”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 서울 양천구 B아파트에 사는 한모씨(25세, 여)는 실버택배를 받고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기사분이 연락도 없이 택배를 경비실에 맡기고 가버렸다”면서 “물건을 받아보니 포장지가 너무 지저분한 상태였는데, 어르신에게 항의하기도 마음이 불편해 그냥 속으로 삼켰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노인층의 일자리로 실버택배가 각광받고 있다. 초기 영세 택배업체들을 중심으로 노인들의 지하철 무료승차를 활용한 실버택배가 유행했지만, 이내 아파트 단지까지 활동 폭이 넓어졌다. 실버택배는 노인층의 일자리 확보와 자신감 제공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배송관련 민원과 미미한 수익성 등 부정적 시선도 존재한다.

실버택배가 처음 유명해진 곳은 지하철이다. 노인들의 지하철 무료 승차와 환승제도를 활용해 퀵서비스 같은 배송을 담당하고 운임을 받아 왔다. 이어 중소업체들이 생겨나며 백화점이나 유통업체 간 물건의 배송까지 담당하는 등 사업영역이 넓어졌다. 최근에는 대기업과 지자체가 나서 아파드 단지 내 실버택배원을 모집해 운영하기도 한다.

아파트 실버택배는 일부 지자체와 대기업이 손을 잡고 고용인원을 늘려가는 추세다. 이 중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기업은 CJ대한통운이다. 이 회사는 2013년부터 실버택배 사업모델을 개발해 시니어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다. 또 지금까지 서울시, 부산시, 인천시, 경기 파주시를 비롯해 SH공사, 대한노인회, 시니어클럽 등 지자체 및 관련 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아파트 실버택배는 택배차량이 아파트 단지, 전통시장 등에 물량을 싣고 오면, 인근 거주 노인들이 친환경 전동 카트로 배송에 나서는 구조다. 이는 시니어 일자리를 창출할 뿐 아니라 친환경 장비를 활용해 탄소저감 효과도 있다는 평이다.

2016년까지 CJ대한통운에서 창출한 실버택배 일자리는 1007개다. 대한통운 측 설명에 따르면 실버택배를 맡는 노인들은 아파트의 거주민이기 때문에 안심택배가 가능하다. 또 실버택배와 일반택배는 수수료를 베이스로 한 같은 수익구조이며, 어르신들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주3일 근무를 추진한다. 주 3일 중 월수금 혹은 화수금 등 노인들이 조를 나눠 근무일을 담당하는 식이다.

반면 육체적 한계를 가진 노인들의 택배배송은 서비스의 제공 측면에서 민원이 발생하기도 한다.

주로 △배송의 지연 △물품의 손상 △배송지역 실수 등에 관한 불만이 많은 편이었다. 물품의 분실은 전산으로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배송단계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평균 배달 수수료가 1200~1300원이라는 미미한 수익성 탓에 지자체와 업체의 생색내기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특히 실버택배 이용자들은 노인들이 육체적으로 힘든 운송업에 종사한다는 것 자체가 소비자로서 불편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서구에 거주하는 임모씨(37, 여)는 "간혹 실버택배를 이용하지만 어르신에게 길을 설명하다가 지칠 때도 있다"며 "그러다가도 무거운 걸 들고 오시는 어르신을 보면 괜히 마음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다만 한국 사회가 100세 시대에 접어든 만큼 실버택배와 같은 노인 일자리 창출은 꾸준히 이어져야 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대기업들이 사회공헌과 노인층의 일자리 창출을 고민하지만 사실 마땅한 영역이 없는 편"이라며 "실버택배야말로 단순히 봉사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령화 문제의 해결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일자리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