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보험 자격증만 6개 딴 사연, 들어보실래요?"

2017-01-24 18:25
-AFPK부터 손해사정사까지, 안재홍 변호사의 자격증 예찬론

[사진=안재홍 변호사. KB손해보험 제공]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안변호사님! 이 사례에서 보험금 지급이 가능할까요?"

KB손해보험 일반보상부 안재홍 변호사에게는 법보다 보험에 관한 질문이 넘쳐난다.

안 변호사가 사내에서 '보험 전문가'로 통하게 된 이유는 그가 보유한 자격증 덕이 크다. 그는 신체손해사정사, 기업보험심사역, 개인보험심사역, 생명보험언더라이터(CKLU), 개인재무설계사(AFPK), 보험조사분석사 등 최근 3년간 보험자격증만 무려 6개를 취득했다.

변호사라는 타이틀만으로도 부족함 없어 보이는 그가 이토록 자격증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안 변호사는 지난 2012년 KB손해보험에 입사했다. 법 분야는 전문가였지만 보험 영역에서 문외한이다보니 적응하기 어려웠다.

입사 2년차인 2014년쯤 보험업의 기초라도 배워보자는 심정에 시작한 AFPK 자격증 도전을 계기로 지난해까지 6개의 자격증을 획득했다. 매년 2개씩 취득해온 셈이다.

보험설계에 연관된 AFPK부터 언더라이팅 분야의 CKLU와 개인 및 기업보험심사역, 보상 분야의 신체손해사정사에 가장 최근 취득한 보험사기 분야의 보험조사분석사까지 자격증 분야도 다양하다.

서로 다른 분야의 자격증 취득을 연달아 하다 보니 처음엔 이질감에 힘들었지만 이제는 다름 속의 공통점을 찾는 재미가 있어 오히려 설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보상과 언더라이팅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 자격증 취득 후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을 익힐 수 있었다.

그는 "언더라이팅에서 해석하는 약관과 법원에서 해석하는 약관은 차이가 클 수 밖에 없다"며 "보험심사역 시험을 준비할 당시 언더라이팅 관점에서 약관을 만든 취지와 변경 이력 등을 고민했던 경험이 약관 해석의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안변호사의 자격증 취득 과정은 '시간과의 혈투'였다. 출퇴근 시간에 동영상 강의를 듣고 점심과 저녁시간을 쪼개어 관련 학습서를 보고 또 봤다.

'주경야독'에 '와신상담'까지 하는 심정으로 매진한 결과 현장 직원들마저 취득하기 힘들다는 '신체손해사정사'에도 합격했다. 그런 그가 꼽는 자격증 취득의 비결은 회사.

KB손해보험에서는 최근 안변호사의 사례처럼 자격증 취득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응시료부터 외부강의료 등의 비용과 스터디 그룹 운영을 지원하고, 이를 인사평가와 연계해 다양한 메리트를 제공하는 등 동기부여를 높이고 있다.

회사의 지원이 확대되자 자격증 취득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첫 시행된 보험조사분석사의 경우 KB손해보험에서 84명이 합격, 업계 1위의 합격자 수를 기록했다.

안 변호사도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를 동료들에게 전수하고자 최근 강사로 나섰다.

그는 "자격증 취득 후 실제 업무 처리 수준이 크게 달라졌다"며 "과거엔 일반적인 법 논리만 치우쳐 생각했다면, 요즘은 약관 해석에 관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 종결됐던 재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상대 회사의 주장에 대해 안변호사는 보험 자격증을 공부할 당시 접했던 조문들을 인용해 법원을 설득했고 결과적으로 200억원 이상의 재보험금을 지급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올해 AFPK 자격의 상위 과정인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 자격을 취득할 예정이다. 재물, 차량손해사정사 및 CPCU 등도 그의 위시리스트에 올라있다.

안변호사는 "불필요한 분쟁과 시간을 줄여 보험금 지급에 대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는 보험 전문 법조인이 되고 싶다"며 "보험회사가 전문성과 이해도가 부족하면 오히려 소비자들을 괴롭히는 것이기 때문에 보험사 직원들은 열심히 보험관련 공부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자격증을 통해 스펙 '업'그레이드가 아닌 '업(業)'을 '업'그레이드 하고 싶다는 안변호사. 그가 걷는 자격증 로드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