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한진그룹 '일감 몰아주기' 제재 또 연기

2016-11-16 06:42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한진 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제재를 또 다시 연기했다.

16일 공정위에 따르면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한진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전원회의 심의는 전날 전격 취소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진 심의는 사회적으로 관심이 많은 사안이어서 위원장 주재로 전원회의를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16일 위원장이 국회에 참석해야 하는 일정이 있어 부득하게 연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원회의를 언제로 연기할지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열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전원회의에 상정된 뒤 반년 가까이 보류된 한진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대한 심의는 또다시 미뤄지고 말았다.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 6월 대한항공 조원태 부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이 그룹총수의 자녀라는 지위를 악용해 자회사인 유니컨버스와 싸이버스카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심사보고서에는 과징금 처분과 함께 조씨 남매를 검찰에 고발하는 안이 조치 의견으로 포함됐다.

한진에 대한 전원회의는 애초 9월 말에 열리는 안이 실무적으로 검토됐지만 국회 일정과 중요사건 심의 등을 이유로 10월 19일로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10월 초 열린 전원회의에서 한진 안건은 심의되지 못했다.

한진 측이 추가 의견서를 제출하겠다며 심의기일을 미뤄달라고 요청했고 공정위가 반론권 보장 등을 이유로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한진 측은 이 과정에서 공정위에 '심의 일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좋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전원회의는 한달여 뒤인 이달 16일로 확정돼 공지됐지만 이마저도 위원장 일정을 이유로 하루 전 취소되고 말았다.

이날 위원장의 국회 정무위원회 참석 일정은 이미 일주일 전인 8일께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장이 16일 예정된 한진 전원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부랴부랴 회의를 코앞에 두고 일정을 변경한 셈이다.

한진 심의의 잇따른 연기는 지난 7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 합병 심사 당시 공정위가 의견서 제출기한을 각각 2주, 4주 연기해달라는 양사의 요청을 만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전면 거부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진 측은 전원회의 출석을 앞두고 조원태·현아 남매 검찰 고발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고위 간부 출신이 한진 측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에서 이 사건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서는 한진에 대한 늑장 심의가 전관예우의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