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대해부] “경제단체 난립…회원제 및 기능 재편 필요성”

2016-10-12 16:42
전경련과 다른 경제단체의 차이점은?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최근 잇따른 의혹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 대한 해체론 혹은 무용론이 확산되는 이유 중 하나는 해외에 비해 경제단체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국내 경제5단체라고 하면 전경련을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를 지칭한다. 여기에 행사의 성격에 따라 2014년에 법정단체로 전환된 중견기업연합회를 넣어 경제6단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전경련의 존립이 비슷한 대기업 중심 문화를 가진 일본의 영향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선 경제 단체로는 상의와 사용자 단체 2개만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상의는 ICC(국제상업회의소)를 중심으로 130여개국과 연결되는 등 대내외적 대표성을 갖추고 있다. 반면 전경련은 해외 파트너가 거의 없다. 전경련이 ‘재벌총수들의 사교 클럽’이라고 지적받는 이유다.

일본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經團連)이 있지만, 연합회는 전경련·중기중앙회를 합친 기능을 하고 있어 국내와는 사정이 다르다. 일본 경제단체는 게이다렌, 상공회의소, 경제동우회 등 3곳만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우리나라 전경련과 경총에 해당하는 게이단롄과 니케이롄(日經連)이 게이단롄으로 통합됐다.

일본의 경우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 불황 동안 노동계 세력이 약화돼 니케이렌의 기능이 줄면서 자연스레 합쳐졌다.

다만 한국은 지금도 노사 대립이 극명한 상황이라는 차이점은 존재한다. 경총은 1970년 노동계와 교섭하는 사용자 단체 역할을 하기 위해 전경련에서 분리돼 나온 단체다.

미국의 경우 암참(미국 상공회의소)으로 경제단체가 일원화돼 있으며, 유럽도 유럽상공회의소 주축으로 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연구소나 협·단체는 항상 자신들의 존재 이유에 대한 고민을 해야 조직이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다”면서 “지금은 경제 생태계의 정상화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경련의 존재 이유가 특정집단(대기업)의 이익 대변과 ‘로비스트’ 역할에만 머문다면 없어지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순수 민간단체’라는 점에서 다른 경제단체들과 차이를 보인다. 전경련은 회장과 부회장 모두 자체적으로 뽑는다.

대기업이 주도해 조성한 단체이고, 600여개 회원사 대부분도 대기업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 성장을 목표로 하는 중소기업협력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경련에는 8개 위원회와 사무국 체제로 한국경제연구원, 국제경영원, FKI미디어(출판사) 등을 산하에 두고 있다.

대한상의는 1884년 일제 자본에 대항하기 위해 뭉친 민족상인 조직인 한성상공회의소가 출발점이다. 전국 72개 지방상의가 있으며, 지방상의와 인적 교류 및 네트워크의 연관성은 없다. 대신 대한상의는 세계 각국 상공회의소나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등 국내에 있는 해외 경제단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회원사는 15만여개사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대한상의는 1952년 제정된 상공회의소법에 따라 특수공익법인이 되면서 ‘관변단체’ 성격을 띄게 됐다. 회비 납부가 법 제정으로 의무화된 것이다.

무협은 1945년 광복 직후 무역 확대를 위해 무역인 105명이 모여 세운 것이 시초다. 지금도 수출 기업 지원 등 무역 부문에서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중기중앙회와 중견련은 각각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이익을 대변한다. 중기중앙회는 경제단체 중에서 유일하게 추대 형식이 아니라 협동조합 이사장 500여명의 투표로 회장을 선출한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 한국처럼 경제단체가 난립한 나라가 없다”면서 “단체들 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회원제 재편 및 기능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