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발목 잡는 펀드런 언제까지?

2016-09-07 11:25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코스피가 오르면 기다렸다는듯이 펀드를 환매하는 펀드런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수가 박스권만 맴도는 박스피를 탈피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꼽히는 가운데,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주식형펀드 자금은 7월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26거래일 연속 순유출을 기록하면서 총 1조9533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는 44거래일 연속 순유출됐던 2013년(8월 28일~11월 4일) 이후 가장 긴 펀드런이다. 당시 순유출 누적액은 6조1046억원에 달했다.

최근 자금 유출은 코스피 강세에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펀드런이 이어진 7월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코스피는 신흥국 유동성 증가와 삼성전자 강세에 힘입어 2016.19에서 2060.08로 2.18%(43.89포인트) 상승했다.

강현기 동부증권 연구원은 “2012년 이후 국내 증시가 줄곧 횡보하는 바람에 박스권 상단에 도달하면 펀드를 환매하고, 하단에서 사들이는 패턴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13년 하반기도 펀드런이 이어진 44거래일 동안 코스피는 8% 가까이 상승했다.

주요 증권사는 이런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수가 전혀 다른 레벨로 뛰어올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펀드런이 기관 수급에는 분명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하지만 매크로 지표가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상반기 기업 실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추세적인 지수 상승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증시 대기자금과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코스피가 2100선을 넘어 고정된 패턴이 깨진다면 주식형펀드에 다시 자금이 몰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코스피가 수년째 굳어진 박스권을 상향 돌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강현기 연구원은 “선진국 유동성에 대한 기대감에 증시가 비이성적으로 상승한 경향이 있다"며 "경기 흐름을 볼 때 지수가 박스권을 탈출해 획기적인 수준으로 뛰어오르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양호한 신흥국펀드 자금 흐름을 고려할 때 국내주식형펀드에도 다시 자금이 들어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과 신흥국 펀드 자금 흐름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가 신흥국을 3~6개월 후행해왔다"며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던 신흥국 펀드에 7월부터 돈이 들어오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2000선을 넘으면 기계적으로 쏟아지던 펀드 환매도 규모가 전에 비해서는 줄었다.

김영환 연구원은 "지수 레벨에 따른 펀드 환매 패턴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올해 들어 높은 지수대에서는 오히려 펀드 자금 유출이 감소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