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쿠데타] 군부보다는 끔찍한 민주주의 택한 터키

2016-07-17 15:40
ISㆍ난민문제 타격에 국제적 우려 높아져

지난 16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자들이 국기를 흔들며 쿠데타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AP=연합 ]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터키 군부에 의한 쿠데타가 6시간만에 종료됐다.  단시간에 종료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쿠데타에 대한 '증오'를 품고 있는 터키 국민이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터키는 1960년, 1971년, 1980년, 1997년 등 모두 4차례 쿠데타가 발생한 바 있다. 때문에 터키 국민들은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재에 가까운 정치도 혐오하지만, 군부가 비민주적으로 권력을 장악하는 것은 더욱 용납하지 못한다고 인터넷 매체 쿼츠는 분석했다. 

◆ 쿠데타의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 분분 

쿠데타를 기획한 군부는 자신들이 발표한 성명에서 "국가기관의 질서와 민주주의, 인권 그리고 자유를 되찾기 위해"라고 자신들의 목적을 밝혔다. 그러나 에르도간과 그를 지지하는 관영언론들은 이번 쿠데타가 미국으로 망명한 페툴라 굴렌의 배후조정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굴렌은 한 때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치적 동지 관계였다가 갈라섰다. 그는 지난 1999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쿠데타 연루설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는 "지난 50년간 수차례 군부 쿠데타를 겪어 온 사람으로서 이런 시도에 엮인다는 것이 매우 모욕적"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8월로 예정돼 있던 군의 대령급 이상의 인사를 결정하는 '고등군사평의회'를 앞두고 축출을 두려워한 군부 인사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에르도안은 터키 헌법에 나와 있는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세속주의 원칙보다는 이슬람주의를 강화해왔다. 이는 그동안 온건적 세속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했던 군부와는 대치되는 입장이다. 

◆ IS소탕·난민문제 해결 악영향에 국제적 우려↑ 

이번 쿠데타의 가장 큰 승리자는 군부가 무너뜨리려고 했던 에르도간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망했다. 그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 (IS)의 공격, 쿠르드 반란군과의 전쟁, 실패한 외교, 경제 저성장 등으로 지지율에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었다.

쿠데타를 저지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군의 영향력을 약화할 것이며, 반정부 세력에 대해서도 한층 강경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는 신헌법 제정의 필요성을 호소하며, 확실한 강권통치를 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편 이번 쿠데타는 중요한 시기에 나토에게도 충격을 주었다고 데일리 메일은 분석했다. IS가 창궐하고, 러시아가 호전적으로 나오고 있으며, 이민자의 위기가 중요한 상황에서 터키의 역할은 중요한 상황이다. 나토에서 터키 군부의 규모는 미국 다음이다. 이번 실패한 쿠데타로 터키의 군부뿐만 아니라, 나토의 전력도 단기간 동안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데일리 메일은 지적했다.

쿠데타를 시도한 세력은 의회의 폭격과 군중에 발포 등 기존의 군사 행동 규범에서 동떨어진 행동에 나섰다​​ 때문에 과거의 쿠데타와는 달리 군부 내 비주류가 일으킨 것이라는 의심도 받고 있다. 그러나 군최고 참모 총장을 구속하고 국제 공항을 폐쇄하며, 전투기와 헬기를 확보하는 등 전략은 매우 주도면밀하게 준비돼 있어 고위간부의 참여없이는 발생할 수 없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