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마리 토끼 잡자' 서울시, 성곽마을 보존하고 사회초년생 주거안정 확보
2016-07-11 06:01
세운상가 개발 12억 투입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상생협약과 같은 맥락
지난해 종로구 세운상가를 개발하기 위한 주민참여사업에 12억원을 투입하며 추후 상권이 번성할 경우 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이 번성해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문제가 발생할 것을 대비, 건물주와 임차인 간 향후 5년간 임대료 상승률을 제한하기로 협약을 체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혜화·명륜동 성곽마을 주거환경관리사업 구역은 서울시가 한양도성 인근 지역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특별구역으로 지정한 '혜화·명륜동 지구단위계획 구역' 일대다. 이 구역은 성곽마을이라는 특징에 따라 건물 층수, 용적률 등이 제한된다. 이에 따라 해당 구역을 정비사업이 아닌 리모델링활성화 구역으로 지정해 지역적 가치를 유지하고 보존한다.
해당 지역에는 △단독주택 557동(75.4%) △공동주택 61동(8.3%) △근린생활시설 78동(10.6%) △교육연구 복지시설 24동(3.2%) △기타 32동(1.6%) △미확인 7동(0.9%) 총 739동이 있다. 제1종일반주거지역과 제2종일반주거지역(7층이하)가 92.9%를 차지하고 있으나 불합리한 건축여건으로 주택이 개량되지 못하고 노후화된 상태다.
시는 주택개량 지원을 받는 건축물에 한해 최고높이 10m이내인 경우에 한해 기존 연면적의 최대 30%범위 내에서 연면적을 증가할 계획이다. 특히 단독·공동주택이 83.7%를 차지한 만큼 인근 성균관대 대학생들의 주거안정과 상가 임차인 보호를 위해 주택개량 지원을 받는 건축물에 대해서는 임대료 상승률을 제한한다. KB알리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 까지 혜화동과 명륜동 내 오피스텔 1㎡당 평균 전세가가 모두 22만원 올랐다. 또 올해 1분기 전월세 전환율(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이 종로구가 6.83%로 가장 높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택 개량 지원이 이뤄지면 상가의 경우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현상이 발생해 세입자가 나가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대학생들도 거주할 곳을 찾기가 힘들어 질 것을 예상해 방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시는 주민협의체 임대주택 운영분과(가칭) 또는 임대주택 소유자 모임에 회원으로 등록하도록 해 청년 주거문제를 해소하고 임대사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소유자들의 지속적인 소득 모델 개발을 위한 발판을 마련토록 했다.
이는 지난해 서울시가 종로3가와 퇴계로3가 사이에 위치한 세운상가를 개발하면서 상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협약을 맺어 안전을 도모한 것과 비슷한 원리다. 국내 유일의 종합가전제품 상가인 세운상가는 한때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시설이 노후화되고 인터넷상거래 등이 활성화되면서 2000년대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서울시는 세운상가를 창의제조산업 혁신지로 육성하기 위해 12억원을 투자하며 혹시 모를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을 막기 위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상생협약'을 체결토록 했다. 협약에 따라 건물주와 임차인은 향후 5년 동안 임대료 상승을 9% 수준으로 자제하기로 했다.
젠트리피케이션 피해 상인 법률 지원을 맡고 있는 양희철 변호사는 "정책자금의 지원을 받고 주민들의 주거환경이 개선되는 것이기 때문에 4년 임대료 동결 조건 등을 제시해 젠트리피케이션을 예방하고 주거안정을 꽤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요즘 대학생들이 4년 만에 졸업하는 학생들도 거의 없고 상가임대차도 최소 5년인 만큼 기간을 조금 늘리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