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논란 재점화, G2 사이 한국의 선택은?
2016-06-07 15:26
미·중, 전략대화서 사드 놓고 대립각…한·미는 한반도 배치 논의 급물살
북·중·러 vs 한·미·일 구도 가능성에 “한미일 공조 강화로 북중 압박해야”
북·중·러 vs 한·미·일 구도 가능성에 “한미일 공조 강화로 북중 압박해야”
아주경제 박준형 기자 = 고도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G2)의 패권 다툼이 치열하다. 엇박자를 내던 한국과 미국 간 사드 한반도 배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중국의 공개적인 반대로 논란이 재점화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전략적 선택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피커 쿡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 “한미 양국이 동맹 차원의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며 “협상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이날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드가 배치되면 군사적으로 분명한 이익이 있을 것이며 한국의 방어능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앞서 제15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서도 “한미 간 전혀 입장이 엇갈리지 않는다”며 “(사드 배치) 과정과 절차에 대해 한미 양국이 똑같이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사드 배치와 관련한 한미 간 불협화음 논란을 진정시키는 한편, 사드 배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현재 양국은 사드를 배치할 복수의 후보지를 놓고 협의하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초부터 활동을 시작한 한미 공동실무단은 대구와 평택 등 미군기지를 포함해 도심에서 떨어진 산악지역 등 여러 후보지를 대상으로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더해 안전 및 환경 문제, 비용, 향후 일정 등 구체적인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양국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사드 한반도 배치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사드 논란은 쉽사리 진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미중 사이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기 때문이다.
쑨젠궈(孫建國)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은 지난 5일 샹그릴라 대화 주제연설을 통해 “미국이 사드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겠다는 것을 반대한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6~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도 사드 포함, 북한 문제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전략대화 개막식에서 “북핵 문제에서 지속적인 압력과 모든 행동에 중국이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 제재 동참을 요구하며 대중국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미 양국은 각 분야에서 서로 생각이 다르다”며 “갈등은 불가피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미국의 대중 압박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대화와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더해 러시아도 사드 배치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중국과 공조를 과시했다.
현재까지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은 삼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심화될 경우 국내외적으로 파장이 클 수 있어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핵 문제 해결과 대북 제재 이행에 있어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안보와 국익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드 문제를 두고 주변 강대국의 입김에 지나치게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보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일관된 원칙을 정하고 전략적으로 양국 간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일각에서는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중으로 북중 관계 회복이 급진전되고 러시아까지 가세하면서 우리 정부도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눈치보기를 멈추고 미국, 일본과의 공조로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압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전략연구실장은 “시진핑 주석이 리 부위원장을 만난 것 자체가 북한의 핵개발을 허용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우리 정부는 미국, 일본과 힘을 합쳐 오히려 중국을 압박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