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속 세금만 뜯겨…1분기 세금 전년 대비 13.8조원↑

2016-05-10 15:20
부가세·소득세 등 서민밀접 세금 8조원 이상 늘어
정부 "수출 감소세 지속·대외리스크 상존 등 민간부문 회복도 약화"
KDI "글로벌 투자 부진 탓 한국 연평균 성장률 0.21%p 하락"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한국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가운데 올해 1분기 정부가 걷은 세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가가치세·소득세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세금의 경우, 작년보다 8조원 이상 늘어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월급쟁이를 비롯한 서민 생활고는 가중되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가 10일 발표한 '5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1∼3월 국세수입은 6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0조2000억원보다 13조8000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한해 동안 걷기로 한 목표 금액 가운데 실제 걷은 세금 비율인 세수진도율 역시 5.4%포인트 높아진 28.7%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 한해 222조9000억원의 세금이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들어 계속해서 세수가 호조를 보이는 것은 부동산 경기가 상승세를 탔던 작년 4분기 흐름이 세금 납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세목별로 보면 부가가치세와 소득세가 세수진도율 상승을 견인했다. 정부의 부가세 수입은 1∼3월 14조8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조5000억원 증가했다. 소득세 역시 16조6000억원으로 3조6000억원 더 들어왔다.

서민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 두 세목의 더 걷힌 세금만 8조원이 넘는다. 문제는 걷힌 세금이 늘어났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 회복세가 암울하다는 부분이다.

수출이 살아나고 내수가 회복되는 등 한국 경제가 뚜렷한 개선세를 보인다면 그에 대한 선순환 효과로 소득과 소비가 늘어 세금도 늘어나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경제 상황은 선순환을 기대할만큼 개선세는 커녕 앞으로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정부 역시 민간소비 등 내수가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민간부문 회복 모멘텀이 약하며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여기에 세계경제 회복 지연 등 대외리스크도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경기둔화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날 발표한 '글로벌 투자 부진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투자가 부진해지면서 한국 경제 성장률이 연평균 0.21%포인트씩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세 등 세입여건은 개선세가 지속하고 있으나 중국·미국 성장세 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하므로 경기 동향과 세입 여건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