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면세 비율 47% 달해…근로소득세 면세비율과 비슷

2016-05-08 10:21
법인세 면세 비중, 2007년 43%에서 꾸준히 상승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기업의 법인세 면세 비율이 근로소득세 면세율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연말정산 보완대책 이후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이 48%에 달해 '공짜 점심' 논란이 일었으나 기업 역시 이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8일 경제개혁연구소가 2008∼2015년 국세통계연보를 분석해 발표한 '최근 연도 법인세 실효세율 분석과 시사점'에 따르면 2014년 법인세 신고 의무가 있는 기업은 모두 55만472곳이었다.

2015년 국세통계연보에는 기업들의 2013년 10월∼2014년 9월 법인세 신고분이 수록돼 있다.

55만개 법인 가운데 실제 법인세를 납부한 곳은 29만290곳으로 전체의 52.7%였다. 법인세 신고 의무법인 가운데 절반가량(47.3%)은 세금을 내지 않았다.

저소득층 근로자의 소득세가 면제되듯이 법인들도 영업손실을 봤다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2014년 기준으로 전체 법인 가운데 세전 이익을 낸 곳은 35만9568곳(65.3%)였다. 세전 손실을 본 19만904곳(34.7%)은 법인세를 면제받았다.

나머지 6만9278곳(12.6%)은 영업이익을 내고도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기업들이 이익을 내고도 법인세를 면제받는 것은 과세 이연과 고용창출, 연구·개발(R&D) 투자에 따른 세액 공제를 받는 등 세무 조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올해까지 대기업들은 당해연도에 이익을 냈더라도 이전 10년간 적자를 본 경우 이익에서 누적적자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 법인세를 냈다.

예를 들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누적 결손금이 1조원인 대기업이 2015년에 1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다면 결손금이 이익 전체를 상쇄해 법인세는 0원이 된다.

정부는 세법을 개정해 올해부터 대기업의 이월결손금 공제 한도를 당해 사업연도 소득의 80%로 제한한 상태다.

법인세를 부담하는 기업 비중은 2007년 56.9%였으나 2009년 54.3%, 2011년 53.8%, 2013년 52.9% 등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서 2014년 법인세 면세 기업 비중은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48%)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1월 인사청문회 때부터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을 구현해야 한다"며 근로소득세 면세자를 줄여야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대기업 가운데 법인세를 납부한 기업 비율은 2014년 37.5%였다. 10만1021곳 중 3만7862곳이 법인세를 냈다.

중소기업의 법인세 납부 비중은 56.2%로 더 컸다. 44만9451곳 중 25만2437곳이 법인세를 납부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대기업들의 연구·개발(R&D)비 등 투자·고용 규모가 크기 때문에 중소기업보다 법인세 면세 기업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10대 그룹 가운데 지난해 법인세를 가장 많이 공제받은 곳은 삼성그룹으로, 법정 법인세율을 적용해 부과된 세액 4조2090억원 가운데 1조8810억원(44.7%)를 공제받았다.

위 연구원은 "2009년 이후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대기업의 공제 금액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면서 "다만, 중소기업이 부담하는 법인세는 대기업의 24% 수준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