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임원 임금 최대 50% 삭감”…산업은행에 수정 자구안 공식 제출

2016-05-03 07:59
사실상 자율협약 개시…“7월까지 용선료 협상 마무리”

[그래픽=임이슬 기자 90606a@]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한진해운은 사장 50%, 전무급 이상 30%, 상무급 20%의 임원 급여를 반납하기로 결의하는 등 비상 경영의 고삐를 죈다.

한진해운은 2일 주채권은행인 KDB 산업은행에 이 같은 내용은 담은 경영정상화 방안을 공식 제출했다.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신뢰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면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한진해운에 대한 신뢰를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 사장은 “우리가 행동으로 보여주면 해운사의 생존 기반인 화주, 하역 운송 거래사, 얼라이언스 등도 회생에 대한 믿음을 지켜줄 것”이라며 “작은 것 하나도 쉽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붓자”고 당부했다.

한진해운이 임원 삭감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현대상선처럼 추가로 유동성을 확보할 자산이 충분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임금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미 한진해운의 경영권도 포기한 상태다.

한진해운은 이어 인건비를 10% 절감하고 각종 직원 복리후생비도 30~100%까지 삭감할 계획이다. 직원 복지 차원에서 회사 지원으로 운영되던 여의도 본사 구내식당의 운영도 중단할 예정이다.

2014년부터 한진해운은 해외 조직 합리화를 통해 해외 주재원을 30% 가량 줄였으며, 본사 사무공간을 20% 축소하고 해외 26개 사무실 면적을 최대 45%까지 축소했다.

한진해운 측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본사 사무 공간과 해외 32개 사무실 면적을 추가로 줄이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전방위적인 비용절감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또한 한진해운은 오는 7월 말까지 용선료 인하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다만, 이번에도 대주주의 사재출연은 내용은 없었다. 오는 4일 산업은행의 최종 자율협약 승인 결정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양측의 사전 교감을 통해 사실상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은 시작된 셈이다.

아울러 한진해운은 4112억원 규모의 터미널, 사옥 유동화 등 자산을 매각한다.

한진해운의 총 부채는 5조6000억원(2015년 말 기준)에 달한다. 이 가운데 금융권 부채는 7000억원대이며, 나머지 대부분은 선박금융 3조2000억원, 공모·사모 사채 1조5000억원 등으로 이뤄졌다.

한진해운의 이번 자율협약은 현대상선처럼 용선료 인하 협상과 비협약 채권에 대한 채무 재조정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둘 중 하나라도 무산될 경우, 자율협약은 종료되고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로 돌입한다. 용선료를 낮추지 못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해외 선주들도 용선료를 한 푼도 받지 못 받는다. 협상은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을 대리한 변양호 전 보고펀드 대표와 마크 워커 변호사가 맡는다.

한진해운은 곧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협상에 나서고, 오는 19일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만기 연장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한진해운이 올해 해외 선주들에게 지급해야 할 추정 용선료는 9288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용선료 인하 협상과 사채권자 집회 둘 다 어려운 작업”이라며 “소위 ‘배 째라 식’으로 용선료 인하 문제는 잔금 못 받을 수 있으니 깎아 달라고 말해야 되는 데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사채권자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일일이 사채권자들을 설득하는 과정과 절차가 복잡해서다.

현대상선 역시 지난 3월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공모사채 만기 연장을 노렸으나 실패한 적이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빠듯한 시간이지만, 해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