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의 글로벌 점령작전] 中의 공습, '눈치보기' 전락 우려

2016-04-14 20:58
-중국 입맛에 맞춰야 살아남아

아주경제 윤태구·박정수 기자 = KBS에서 인기리에 방송된 있는 송혜교·송중기 주연의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성공 뒤에는 사실상 중국의 자본이 뒷받침하고 있다.

태양의 후예는 중국 드라마 제작 1위 기업인 화처(華策) 미디어가 투자했다. 중국 저장성에 위치한 화처 미디어는 일찍부터 한류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2014년 10월 535억원에 태양의 후예 제작사인 NEW의 지분 15%를 매입한 NEW의 2대 주주다.

중국 자본의 한국 방송 게임 등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와 인수 작업은 급증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 소비재 기업들에 대한 중국 자본의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DMG 엔터테인먼트의 방송 콘텐츠 제작사 초록뱀 미디어 인수, 베이징 싱아이 쟈정 인베스트먼트의 씨그널 엔터테인먼트 인수, 소후닷컴의 키이스트 150억원 투자 등 중국 자본의 게임업체, 콘텐츠 제작사, 연예 기획사의 인수와 투자가 왕성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중국 자본과 한국 기업의 협업이 두드러진다. 미국에서 먼저 개봉한 애니메이션 ‘넛잡’을 만든 한국의 콘텐츠 제작 기업인 레드로버는 중국 측이 최대 주주다. 레드로버는 쑤닝 유니버셜미디어가 약 2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쑤닝은 지난 한 해 FNC 엔터테인먼트, 레드로버, 아이디병원 등 한국 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또 PAGAC는 완구회사인 영실업 주식을 매입했다.

이 같은 중국 자본의 투입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우리 기업에 숨통을 틔워주고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는 순기능을 한다. 기업 입장에선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 눈치 보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가 방송에서 대만기를 흔들어 큰 파문이 일자 한국에서는 기획사부터 소속 가수까지 공식 사과가 이어졌다. 중국 눈치 보기의 단적인 예인 셈이다.

태양의 후예 역시 중국의 입맛에 맞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양의 후예가 100% 사전제작을 한 이유는 중국의 검열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2014년부터 방송사와 인터넷 사이트로 유통되는 모든 해외 드라마에 대해 사전검열을 실시하고 있다. 만약 정치적 이슈나 중국 정부가 보기에 불편한 내용이 많았다면 지금의 태양의 후예의 중국에서의 인기는 없었을 것이다.

이는 한국 유통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면세점과 백화점 등 국내 유통업계에 가장 큰 손은 '중국인 관광객(유커)'다. 유커의 유입이 많아질수록 국내 백화점·면세점의 매출은 급등한다. 이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메르스 등의 여파로 유커의 발길이 끊긴 국내 유통업계는 힘든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차이나머니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는 현실에서 이들의 구미에 맞아야만 살아남는 구조로 자연스럽게 변화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이나머니의 역습에 사실상 한국은 무방비 상태"라며 "중국에 의해 한국 시장이 공략당하는 것은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