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학회 "소득공제 제도, 소득재분배 효과 약화 부작용"
2016-03-25 07:23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 가격기준으로 보완 필요"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직장인들이 연말정산을 할 때 결정세액을 크게 줄이는 역할을 하는 소득공제 제도가 오히려 소득재분배 효과를 약화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5일 한국재정학회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재정의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런 내용을 담은 '소득세 부담의 누진도와 소득재분배 효과의 상관관계 분석' 논문을 발표했다.
성 교수는 "세율이 고정된 상태에서 소득공제를 확대하면 세수감소를 통해 소득재분배 효과가 약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성 교수는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자료 등을 토대로 세율체계나 소득분포를 제외한 소득공제 요소가 소득재분배 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소득공제를 확대하면 세부담의 누진도를 높여 세금 1단위당 소득재분배 효과를 끌어올리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로 인해 정부가 거두는 세금이 줄어들면서 복지정책 등에 재정을 투입할 여력이 줄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재분배 효과가 오히려 감소한다는 것이 성 교수의 설명이다.
성 교수는 "한국의 근로·종합소득세의 최고세율은 지방소득세 포함 41.8%로 국제적으로 중간 수준이지만, 실효세율은 선진국보다 낮은 편인데 이는 (소득)공제 수준이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분배 효과를 높이려면 소득공제와 면세점(근로소득세 부담이 아예 없는 소득 기준)을 하향조정해 세수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자동차 관련 세금을 배기량 기준으로 매기는 현행 체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승래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 등은 '가격기준 자동차세제 개편의 소득재분배 효과' 논문에서 배기량을 기준으로 차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 고가의 외제차와 국산차 사이에 형평성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1억원짜리 승용차와 3500만원 상당의 자동차 두 대의 배기량이 같다면 이를 기준으로 부과되는 세금 액수도 동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동산의 예를 들어 비교해보면, 똑같이 85㎡짜리 아파트라도 거래가격 2억원인 곳과 6억원인 곳의 경우 당연히 세금 액수가 다르게 매겨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자동차세제를 가격 기준으로 바꾸는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이에따른 소득수준별 세부담과 지니계수(불평등 정도를 수치화한 지표) 변화를 추정해본 결과 소득재분배 효과가 개선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가구당 차량이 1대일 경우 소득 1∼10분위 중 가장 저소득층인 1분위의 세부담은 현재 23만원이지만 가격기준 단일세율 하에서는 19만1000원으로 줄어든다.
반면 고소득층인 10분위는 31만3000원에서 40만9000원으로 증가한다.
김 교수는 "차량 가격기준으로 세제를 개편하면 사치성 성격의 고급 대형차에 대한 중과세 효과를 통해 사회적 형평성을 높일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처럼 자동차세가 단순히 재산세적 특성만 갖게 되면 환경오염, 도로이용 및 교통혼잡, 주차난 등의 '외부불경제'를 바로잡기 위한 부담금적 성격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비판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 등은 '통일세 도입에 대한 납세자의 수용성 분석' 논문에서 학력수준이 높거나 나이가 많을수록 남북통일비용 마련을 위한 '통일세' 신설에 찬성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 교수는 "학력과 연령, 공적연금 납부액 수준이 높거나 동일 소득그룹 내 본인 세부담이 낮다고 생각하는 경우 통일세 신설에 찬성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일비용 조달에 대한 이해와 이를 위한 공감대 형성뿐만 아니라 노후소득 보장과 같은 기본적 복지를 확립하는 것이 (통일세에 대한) 조세저항을 줄이는 중요한 전제조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