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새누리, 공천 마무리…계파 혈투로 점철된 구태

2016-03-22 17:30

▲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실시된 공천면접에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들이 공천면접에 참석한 김무성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4.13 총선을 20여 일 앞둔 가운데, 두 달 가량의 새누리당 공천 작업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시작할 당시만 해도 '상향식 공천'을 표방하며 이른바 '공천 개혁'을 약속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밀실 공천', '보복 공천' 등 구태의 반복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천관리위의원회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비판 하에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혈투로 내분도 잦았다.

◆ '상향식 공천' 어디로…전략공천 난무·현역들의 잔치판

22일 현재 새누리당은 유승민(대구 동구 을) 의원과 윤상현(인천 남을) 의원의 지역구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역구 공천을 끝냈다.

김무성 대표는 당초 여야 합의를 전제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주장하다 물 건너간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상향식 공천'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지난 1월 2년만에 당규 개정을 통해 후보 경선 시 국민참여선거인단 비율(당원 30%, 일반 국민 70%)을 조정해, 국민들의 참여 비율을 높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후보자를 내지 않은 광주(광산을, 북갑) 2개 지역을 제외한 251개 지역 중, 총 108개 지역이 단수우선추천지역이 됐다. 전체의 43%가 경선 없이 공관위의 심사로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게 됐다는 얘기다. 상향식 공천의 취지가 실현됐다고 보기는 애매한 구석이 있다.

김 대표는 이 위원장의 우선추천지역 확대 방침에 사실상 전략공천이 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실제로 이번 단수추천자 명단에는 친박계 인사들의 이름이 다수 올랐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경북 경산), 정종섭(대구 동갑)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추경호(대구 달성) 전 국무조정실장,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경기 성남 분당갑), 원유철 원내대표(경기 평택갑) 등이 대표적 사례다.

게다가 그나마 경선을 치른 곳은 현역들의 잔치판이 됐다. 원외 후보로 공천권을 따낸 이들의 경우도 청와대나 정부 관료 출신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기득권을 내려놓기 위해 실시한 제도가 오히려 기득권을 공고히 하게 됐다.

김무성 대표가 야심차게 소개했던 정치신인들, 이른바 '젊은 전문가그룹'의 인사들도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비례대표를 신청한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과, 공천을 받은 변환봉 변호사(성남 수정)를 제외하면 4명의 신인이 모두 경선 패배 혹은 컷오프(공천 배제)됐다.

공정을 기하기 위해 예비후보들에게 제공됐던 당원 명부를 두고 유령 당원 논란이 이는 등, 처음부터 정치신인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기울어진 운동장' 지적이 결국 사실로 나타난 셈이다.
 

▲ 지난 1월 10일 서울 모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복귀에 앞서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초선 의원들과 만찬을 하고 있다. 왼쪽 앞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용남·김도읍·박덕흠·정용기·이장우·강석훈·김태흠·박대출 의원, 최 부총리, 김진태·윤영석 의원. 이들 가운데 강석훈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공천을 받았다. [사진=박대출 새누리당 의원 페이스북]


◆ 친박·친김무성 '미소'…친이·친유승민 '학살'

이번 공천 결과를 두고 정계에선 '친유승민'계와 '친이(이명박)'계에 대한 학살이 이뤄졌다고 평가한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은 막판까지 공천 결정이 미뤄졌다. 사실상 친박계는 유 의원에게 '자진 탈당'을 압박해 온 상태다. 그러면서 류성걸(대구 동갑), 김희국(대구 중구남구), 조해진(경남 밀양함안군), 이종훈(경기 성남 분당갑) 의원 등 '수족'이라 불릴 수 있는 유 의원의 측근 인사들은 우수수 탈락했다. 김상훈(대구 서구), 김세연(부산 금정), 이재영(서울 강동을) 의원 등이 그나마 살아남은 케이스다.

친이계는 '전멸' 수준이다. 좌장격인 5선 중진의 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과 3선 중진인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이 컷오프됐다. 원외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임태희 전 의원과 MB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던 이동관 후보도 탈락했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친이계가 주도한 '친박 학살'의 주역이 뒤바뀌어 재현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친박계와 김 대표 측근들은 대부분 공천을 받았다. 친박계에서 컷오프된 인사는 3선 중진의 김태환(경북 구미을)·서상기(대구 북구을) 의원이 대표적이다. 핵심 인사인 김재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과 원외 후보인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서울 서초갑)의 경우 경선에서 패배해 탈락했다.

김 대표를 향해 죽여버리라는 발언을 했던 '막말 녹취록' 파문의 주역 윤상현(인천 남을) 의원은 공천에서 배제됐다. 친박계의 핵심 인사인 윤 의원이 배제되던 날, 유 의원 측 인사들이 대거 탈락해 '읍참마속(泣斬馬謖·공정함을 위해 사사로운 정을 버림)' 결단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공관위가 윤 의원의 지역을 무공천하는 방향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윤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를 대비한, 그의 당선과 복당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해석이다. 
 
김 대표 측 인사들 가운데선 경선에서 밀려 떨어진 심윤조(서울 강남갑) 의원을 제외하면 거진 본선행을 확정했다. 김학용 대표비서실장(경기 안성)과 김영우 수석대변인(경기 포천·가평), 권성동(강원 강릉), 김성태(서울 강서을) 의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