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놓친 윤종규 회장, 현대증권 잡을까

2016-03-02 16:30

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현대증권 인수 본입찰을 앞두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했던 윤 회장이 이번 현대증권 인수로 '인수합병(M&A) 흑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지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현대증권 예비입찰에는 KB금융과 한국금융지주, 국내외 사모펀드(PEF) 4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고 실사를 진행 중이다. 실사 마감일은 기존 11일에서 18일로 연장됐지만 본입찰은 오는 24일로 예정되어 있다.

실사 기간이 연장되면서 본입찰이 2~3일정도 미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현대그룹 측은 예정대로 이달 말을 목표로 현대증권 매각 작업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금융권은 이번 인수전에서 윤 회장이 제시할 가격에 주목하고 있다. 윤 회장은 M&A에 매우 적극적인 CEO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전임 임영록 회장이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농협금융지주에 내어 준 데 이어 지난해 윤종규 회장이 KDB대우증권을 미래에셋에 넘기는 등 매번 증권사 인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앞서 윤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를 위해 국민은행 출신 김옥찬 전 SGI서울보증 사장을 KB금융지주 사장으로 불러들이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 사장을 중심으로 대우증권 인수에 주력하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윤 회장은 정작 가격면에서 두둑한 배짱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우증권 본입찰에서 KB금융은 2조500억원을, 미래에셋증권은 2조4000억원, 한국투자증권이 2조2000억원대를 써냈기 때문이다.

윤 회장이 제시한 가격은 경쟁 구도에 있던 두 증권사가 제시한 가격과는 격차가 꽤 큰 편이었다. 당시 윤 회장은 증권맨들에 비해 '배팅에 과감하지 못 하다'는 지적과 '정보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현대증권은 현재 시장의 '마지막 대어'로 불리고 있다. 총자산 3조2800억원 규모의 증권사인 만큼, 금융지주사들에게는 매력적인 매물이다. 이번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윤 회장이 평소와 달리 통 큰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KB금융이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해 계열사인 KB투자증권과 합병한다면 KB금융은 업계 3위의 증권사를 갖게 된다. 현재 KB투자증권은 총자산 6230억원으로 업계 18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현대증권을 인수하게 되면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과 2위인 NH투자증권의 뒤를 잇게 된다.

현대증권 인수로 윤 회장이 매년 강조했던 '비은행 강화'가 현실로 이뤄지게 되는 셈이다. KB금융은 전체 순익에서 국민은행의 비중만 2015년 말 기준 67%를 차지한다. 경쟁사들에 비해 비은행 부문의 수익이 약해, 증권사 인수가 윤 회장의 매년 숙원과제로 떠올랐다.

아울러 최근 장기화된 저금리로 은행 수익마저도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라, 증권사 인수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계열사인 KB국민카드 역시 최근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의 이슈로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다.

KB금융 관계자는 "아직 본입찰에 뛰어들 지 확정되진 않았지만 일정에 맞춰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경쟁사인 한국금융지주와의 가격 경쟁이 관건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