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승인, 통합방송법 확정 후 판단 필요”
2016-01-17 09:00
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허가 여부는 통합방송법이 확정된 후 판단해야 한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14일 진행된 신년 간담회 자리에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통합방송법이 개정 중에 있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법이 확정된 후 M&A 심사가 이뤄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개정될 법에 의하면 이번 M&A는 SO지분 소유제한 규정에 위배될 수 있어 그대로 추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SK텔레콤은 방송법이 개정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인수합병을 서둘러 추진했는데, 만약 이번 M&A가 허가된다면 불공평한 경쟁”이라며 “이번 건은 정부가 법 개정 이후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LG유플러스가 경제학 교수진에 의뢰한 용역보고서 ‘SK텔레콤-CJ헬로비전 기업결합의 경제적 효과분석’에 따르면 기업결합 시 가격인상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수인 ‘GUPPI’가 이번 M&A의 경우 30.4%에 달해 인수합병 후 유료방송 요금을 인상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GUPPI(Gross Upward Pricing Pressure Index, 가격인상압력지수)는 케이블TV 요금 인상에 따른 전환율, 케이블TV 대비 IPTV 요금비율, IPTV 마진율 등을 고려해 산정된다.
GUPPI는 기업간 M&A에 따른 상품가격 인상 가능성 정도를 나타낸 지수로, 이 수치가 높을 수록 합병기업의 요금인상 가능성은 높아진다.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시력교정용 안경렌즈 1위 업체인 애실로’가 2위인 대명광학의 주식취득을 심사할 때 GUPPI가 20%에 달해 가격인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기업결합을 불허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내 저명한 경제학 교수들이 주관해 CJ헬로비전의 전국 23개 서비스 권역에서 1000여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약 두 달 간 진행했다. 본 연구 보고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CJ헬로비전의 케이블 방송을 이용하고 있는 가입자 중 M&A 후 요금이 5% 인상되더라도 LG유플러스, KT, 타 SO 등 다른 방송상품으로 변경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가입자도 6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사업자로 변경하겠다는 응답은 33%에 그쳤으며 이용요금이 30% 올라도 타 사업자로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자도 47%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설문결과는 소비자들이 유료방송 선택 시 이용요금 보다는 보조금이나 경품에 더 큰 영향을 받는데다 약정 위약금 부담, 가격비교 정보부족 등의 이유로 대체상품으로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흡수한 후 케이블 요금을 인상하더라도 타 사업자 서비스로의 전환이 많지 않아 사실상 SK텔레콤 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요금이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LG유플러스는 이번 M&A에 따른 국내 통신시장 구조변화를 자체 분석한 결과, 합병 시 3년 이내에 SK텔레콤이 경쟁사들을 압살하고 통신시장 전반을 독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이통통신 시장에서 CJ헬로비전의 KT망 알뜰폰 가입자 흡수, CJ헬로비전 방송권역에서 SK텔레콤 이동전화 가입자 증가 등으로 49.6%의 점유율이 2018년 최대 54.8%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전화를 포함한 방송결합상품 시장에서도 CJ헬로비전 가입자의 결합상품 가입비중이 SK브로드밴드 수준으로 점차 증가하게 되면 SK텔레콤의 결합상품 점유율은 2015년 44.9%에서 2018년에는 최대 70.3%까지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는 합병 즉시 CJ헬로비전 초고속 가입자 확보, CJ헬로비전 유료방송 가입자 중 SK 초고속 미가입자 추가 가입 유도 등을 통해 25.1%의 점유율을 2018년에는 최대 4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는 두 기업간 결합이 이동통신 1위 사업자와 알뜰폰 1위 사업자간 결합임과 동시에 지역 유선방송 1위 사업자와 전국 IPTV 사업자간 합병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 7조 4항의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법 제 16조는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기업결합인 경우 합병불허(당해 행위의 중지), 주식처분, 영업양도 등의 강력한 시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쟁을 제한하는 기업결합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요소인 ‘경쟁제한성’은 결합당사 회사의 △시장점유율 합계 50%이상 △해당시장 점유율 합계 1위 △2위 사업자와 점유율 차이가 1위 사업자 점유율의 25% 이상 등 3가지 요건을 기준으로 판단된다.
SK텔레콤은 이번 기업결합으로 KT의 알뜰폰 가입자 매출 흡수 등을 통해 가입자 기준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이 51.1%가 되므로 경쟁제한성 추정기준인 ‘점유율 50%이상’ 요건에 해당한다.
또한 2위인 KT와의 점유율 차이가 법정 기준보다 크다. 즉, KT와의 점유율 차 22.3%가 SK텔레콤 점유율 51.5%의 1/4인 12.8%5보다 크고, 합병 후에도 SK텔레콤이 여전히 이동통신시장에서 부동의 1위라는 점 등 3가지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을 모두 충족하게 된다.
유료방송시장에서도 CJ헬로비전의 전국 23개 방송권역 중 14개 권역이 경쟁제한성 추정 요건에 해당되며, CJ헬로비전 전체 방송권역에서 독점적 1위 사업자로서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된다.
LG유플러스는 이번 기업결합이 대기업 브랜드 파워와 알뜰폰의 저렴한 가격을 이용해 이동통신 3사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독행기업(Maverick)’ CJ헬로비전을 영구 제거한다는 점에서 경쟁제한성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독행기업은 공격적으로 경쟁하는 기업으로 타 사업자들의 협조행위(담합)를 어렵게 하는 효과가 있음다. 독행기업이 제거될 경우 시장경쟁 감소 및 담합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경쟁사 M&A를 통한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판매는 다른 경쟁사들을 시장에서 배제하면서도 가입자 이탈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 반(反)경쟁적 부작용이 매우 심각한 시장독점 전략으로 꼽힌다. 중장기적으로 가격인상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결합규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권 부회장은 “이번 M&A로 이동통신 1위 사업자가 알뜰폰 1위 사업자를 인수하게 되면 소비자에게 싼 값의 알뜰폰을 확산시키겠다는 정책취지는 완전히 실패로 돌아갈 수 밖에 없어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