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산하 국내최대 국립생태원 안전 불감증 ‘도마 위’
2016-01-16 13:22
안전사고 위협…안전요원 자격자 전무, 생태원 “예산부족” …불합리한 시설 속수무책, 시민단체 “수백억 정부출연 운영예산 공개해야”
아주경제 서중권·허희만 기자=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이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 안전 불감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지역 시민단체는 연간 수백억원의 정부 출연과 입장료 수입 등 운영 실태와 관련 소요예산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국립생태원의 예산집행 내역이 주목 받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평일 관람객이 3000여명, 주말 5000여명이 몰려들어 지난 2013년 3월 개장 이래 올해 1월 현재 누적관광객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국내 생태계의 명소로 부각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들과 노약자들의 안전을 위한 시스템이 부족한데다 안전요원조차 없어 입장객 수입에만 열을 올린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4시쯤 야외공간에서 그네를 타던 노인(여·68)이 아래로 떨어져 엉덩뼈와 허리를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노인은 119응급차에 후송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3일 후인 28일 퇴원해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국립생태원 측은 “환자가 제시한 퇴원 영수증에 대한 진료비를 지불했다”고 밝혀 안전사고를 시인했다.
본지 취재진이 지난 12일 국립생태원 사고현장을 점검한 결과, 그네 옆에는 ‘13세 이상 사용금지’라는 팻말이 있었으나 이를 제지하는 안전요원은 없었다. 이날 기자가 취재할 당시 어린이놀이터 등 야외에서는 안전요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전기차의 위험한 운행은 생태공원의 ‘안전불감증’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생태공원 입구에서 전시관인 에코리움까지 약 1.4㎞로 이동 거리가 멀어 14인승 전기차 2대와 29인승 4대 등 모두 6대를 운행하고 있다.
이 도로는 콘크리트 바닥으로 표면이 울퉁불퉁해 노약자와 어린이들이 넘어질 경우 크게 다칠 사고위험이 높은데도 전기차와 관람객이 함께 이용하고 있다.
전기차는 폭 3~4m의 좁은 도로를 왕복운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기차가 교행할 때 인도를 침범하는 사례가 빈번해 어린이 등의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게 지역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위험에 노출된 전기차 운행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데도 국립생태원은 예산 부족으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이동 거리가 멀어 노약자 편의를 위해 전기차를 운행하고 있고, 도로 개선 등은 예산 문제로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또 주말이면 2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하나 자격증 소유자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지역 시민단체는 “정부가 연간 수백억원을 지원하고 입장료 수입 등이 적지 않은데도 예산타령을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차제에 운영 실태와 예산 사용 등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지난 2013년 3월 충남 서천군 마서면 송내리 223 일대에 건립됐다. 생태원은 국내 최대 생태전시관을 갖추고 생태에 관한 조사·연구 및 연구기관 교류, 평가 등 생태계 전반을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