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프로야구 결산 ⓸] ‘대포군단’ 넥센, 아쉬웠던 투수력···그리고 막막한 다음 시즌

2015-12-23 17:18

[사진=넥센 히어로즈 페이스북]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지난 시즌 40홈런, 117타점을 때려낸 리그 최고의 유격수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넥센 히어로즈의 공격력 약화는 불 보듯 뻔한 일처럼 보였다. 하지만 기우였다. 넥센 타선은 올해도 불을 뿜으며 상대 마운드를 초토화 시켰다. 역대급 장타 군단이 탄생한 2015시즌이었다.

넥센은 올해도 팀 득점 1위(904점)를 차지하며 강력한 공격력을 뽐냈다. 이 공격력의 바탕에는 작년에 이어 기어코 200홈런을 넘기고 리그 1위를 차지한 홈런이 있었다. 넥센은 올시즌 203개의 홈런을 때려내 2위 롯데(177개)를 압도했다. 이어 OPS 1위(0.858)을 기록하며 출루와 장타 모두 리그 최상위권에 위치했다. 팀 타율 3할을 넘긴 ‘컨택’의 삼성에 타율과 안타 수에서 뒤졌지만 팀 타율 0.298(2위), 안타 1512(2위, 1위 삼성 1515개) 등 정확성 부분에서도 그닥 뒤처지지 않았다.

넥센 공격력의 중심에는 역시 박병호가 있었다. 박병호는 강정호의 부재로 극심한 견제가 시작된 이번 시즌에도 괴물같은 활약을 이어갔다. 홈런 53개(1위)를 때려내며 146타점(1위)을 쓸어 담아 최고의 생산력을 뽐냈다. 여기 팀의 리딩히터 유한준이 커리어 하이 0.362(리그2위)의 타율을 기록하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고, 주장 이택근과 강정호의 후계자 김하성도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무엇보다 올 시즌 넥센이 무서웠던 점은 타선 어디서나 한방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박병호(53개)를 비롯해 스나이더(26개), 유한준(23개), 김하성(19개), 김민성(16개), 윤석민(14개), 박동원(14개), 이택근(10개), 고종욱(10개) 등 두 자리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만 9명이 된다. 이 들중 이택근을 제외한 8명이 50타점 이상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염경업 감독은 올해도 토종 선발 투수를 찾는데 실패했다. 에이스 앤디 벤 헤켄이 196이닝을 던지며 15승8패 3.62의 방어율로 팀을 이끌었고, 새로운 용병 라이언 피어밴드가 177.1이닝 13승11패 4.67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그 뒤를 받쳐줄 선발 투수가 없었다. 문성현, 김택형 등 넥센이 선발 카드로 시험했던 선수들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염 감독이 회심의 카드로 내밀었던 한현희의 선발 전환은 실패로 판명났다. 한현희는 리그 중반 다시 불펜으로 돌아가야했다.

선발에서 8승을 수확하며 가능성을 보인 한현희가 원래 보직으로 돌아간 건 불펜에도 딱히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150km를 가볍게 던지는 마당쇠 김영민이 있었지만 기복이 심했고, 조상우에 대한 의존이 너무 심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현희의 불펜 복귀 이후 조상우-한현희-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안정감을 되찾은 것이다. 조상우는 올해 무려 93.1이닝을 던지며 8승5패 5세이브 19홀드 3.09의 성적을 거뒀고, 한현희도 선발 8승을 포함해 11승 4패 19홀드 4.82의 성적을 냈다. 손승락도 블론 6개를 기록하긴 했지만 23세이브를 올리며 뒷문을 책임졌다.

투수력의 부재와 포스트 시즌에서 타선이 터지지 않아 고민에 빠졌던 염감독은 내년 시즌을 생각하면 머리가 더 아파질 예정이다. 팀의 4번 박병호가 메이저리그로 떠났고, 팀 리딩히터 유한준과 마무리 손승락이 FA로 각각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에이스 벤 헤켄은 일본으로 떠났고, 셋업맨 한현희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게 돼 내년 시즌을 통째로 날리게 됐다. 팀의 주전 다섯 명이 한 번에 빠져나간 것이다. 때문에 넥센은 전면 리빌딩을 선언한 상태다.

강정호에 이어 박병호, 유한준이 빠지고 올 시즌을 끝으로 목동을 떠나 고척돔으로 이동하며 장타와 홈런에 의존한 야구 스타일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팀을 잘 만들어 리그 강팀으로 도약했던 넥센은 이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