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제네시스' 브랜드, 국내 자동차 위상 높인다
2015-12-09 13:48
정의선 부회장 지휘능력 평가 시금석
아주경제 임의택 기자 =9일 저녁 열린 현대차의 제네시스 EQ900(이큐나인헌드레드) 론칭 행사에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의선 부회장을 비롯해 국내 정·재계 인사가 총출동했다. 현대차가 내놓은 첫 럭셔리 브랜드인데다, 참석한 VIP들이 이 차의 주수요층이기 때문이다.
EQ900는 공식 발표 이전에 이뤄진 사전계약부터 눈에 띄는 실적으로 주목받았다. 사전계약 첫날 4342대를 기록해 2009년 에쿠스가 기록한 1180대의 4배 가까이 달성한 것. 이는 통상적인 연말 법인수요를 감안해도 놀라운 실적이다.
EQ900의 성공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의 지휘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09년 YF 쏘나타 론칭행사때 전면에 나선 이후, 국내 행사에 나서지 않다가 6년만에 전면에 나섰다. 현대차의 서브 브랜드를 만든 주역으로, 정 부회장에게 힘이 실렸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Q900는 국내에서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등의 수입차 공세를 막아내는 첨병 역할을 맡는다. 또 내년부터 미국과 중국, 중동 등 고급차 수요가 많은 지역을 공략한다. 특히 과거에 렉서스가 미국에서 성공신화를 쓴 것처럼, 미국에서의 성공적인 시장안착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그간 일부 모델로 공략해온 글로벌 고급차시장에서 한층 격상된 브랜드로 접근,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특히 고급차의 선도적인 고급 이미지와 선행 기술이 대중차에도 적용되는 최근 트렌드를 감안할때 복수 브랜드 운영에 따른 강력한 시너지도 예상된다.
고급차 시장은 대중차 시장 대비 수익성도 양호한 편이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 그룹 11곳의 지난해 실적(각 사 IR 기준)을 분석한 결과, 2곳의 고급차 기반 완성차 그룹(BMW·다임러)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8.8%로 나타났다.
반면 대중차와 고급차를 함께 판매하는 나머지 9개 완성차 그룹(GM·포드·도요타·혼다·닛산·폭스바겐·FCA·PSA·르노)의 영업이익률 평균은 3.9% 수준이다.
성장성이 우수하고 고객의 눈높이가 높아지다 보니,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앞다퉈 고급차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론칭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평균 판매단가(ASP)를 올리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위상을 따라 가치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Q900는 글로벌 시장에서 ‘G90(지 나인티)’로 불리게 되며, 대형 럭셔리 세단인 기존 2세대 제네시스는 ‘G80(지 에이티)’, 2017년 하반기에 출시될 중형 럭셔리 세단은 ‘G70(지 세븐티)’로 명명됐다.
이들 차종 외에 대형 SUV, 중형 SUV, 스포츠 쿠페를 더해 6종의 라인업을 갖출 제네시스는 국내외에서 한국차의 위상을 높여줌과 동시에 현대기아차의 수익성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