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고]파리 테러와 연평도 포격 도발

2015-11-24 08:13

[오제호]

의정부보훈지청 선양담당 오제호

전세계는 지난 11월 13일 발생한 파리 테러에 의해 글로벌 안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파리 테러는 민간인에 대한 정치적 목적의 테러를 의미하는 ‘소프트 타깃 테러’인 점에서 전세계를 더욱 경악케 했다.

테러를 위시한 폭력 도발은 일반적으로 관공서 등 공공장소를 목표로 하는 ‘하드 타깃 테러’의 형태로 이루어졌으나, ‘소프트 타깃 테러’는 위험·저항 없이 테러를 자행할 수 있고 불특정 다수에게 공포감을 심어줘 폭력행위의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떄문에 IS, Al-Qaeda 등과 같은 폭력집단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

혹자는 이러한 ‘소프트 타킷 테러’로부터 우리나라가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옳지 않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우리는 이미 이러한 테러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험한 ‘소프트 타깃 테러’는 바로 ‘연평도 포격 도발’이다. 2011년 11월 23일 대한민국의 대연평도를 향해 북한의 포격이 가해졌는데, 포격의 피해자 명단에는 민간인이 올라와 있었다.

구체적으로 민간인 12명이 사상당했고 주택 수십 동 등 도민(島民)의 생활터전이 대거 파괴되었다. 뿐만 아니다.

생활기반 상실은 물론 안위조차 보장받을 수 없게 된 1,700여명의 도민은 현대사상 두 번째로 피난해야 했고, 120여명의 학생들은 뭍의 학교로 강제 전학해야 했다.

향후 제이·제삼의 대민(對民) 포격이 자행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하나의 정신적 외상(Trauma)이 되어 연평도민을 괴롭히고 있다.

혹자는 냉전을 20세기의 전유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한반도에 있어서만큼은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냉전 혹은 그 이상의 긴장감 속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긴장감은 도발·폭력 등 물리적 테러의 형태로 현실화되어 우리에게 엄습해 오곤 했다.

분단 이래 북한이 감행해 온 도발은 한 달에 약4 번꼴로 지금까지 지속되었다.

즉 한반도에서 냉전은 그쳤던 일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냉전 속에서 북한의 도발방식은 점점 대담해져 핵무기로 5천만 전체의 생명을 위협하는가 하면, 급기야는 상술한 ‘소프트 타깃 테러’를 자행하기도 한 것이다.

비록 적이라 할지라도 비무장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는 것은 유사 이래의 불문율로서 지금껏 지켜져 왔다.

저항할 수 없는 대상을 공격함은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공유되는 인륜을 저버리는 행위로서,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명백한 지탄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IS 등이 이러한 ‘소프트 타깃 테러’를 자행하는 것은 공포감 조성 등의 상당한 파급 효과를 의도한 것이나, 이는 스스로의 무리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마저 저버릴 수 있을 정도로 잔인하고 반인륜적임을 자인하는 것일 뿐이다.

우리는 파리 테러로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IS에 대해서는 전 세계가 합심하여 대응해야 할 부정한 집단이라는 점에 대부분 공감한다.

오히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일에는 지나치게 관대하고 낙관적이다. 5년 전 연평도를 향한 북한의 포격은 파리 테러와 그 시간과 장소가 다를 뿐 ‘소프트 타깃 테러’라는 반인륜적 폭거인 점에서 다를 바가 없다.

그럼에도 근거 없는 소문에 부화뇌동한 일부의 작태와 한반도에 상존하는 냉전의 위험을 과거의 일로 돌린 우리의 지나친 낙관에 파리 테러는 하나의 묵시(黙示)를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메시지에는 故 서정우 하사 등의 숭고한 호국의지와 사망한 민간인의 안타까운 희생을 기억할 것은 물론 반인륜적 폭력 도발의 잔혹함과 이를 결행한 북한 정권의 실체를 경계할 것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