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매각 위로금' 잡음…축소 소문에 직원 불만 고조

2015-10-21 09:40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홈플러스가 MBK파트너스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지급되는 위로금 규모를 놓고 내부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처음 제시됐던 규모보다 액수가 크게 줄어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21일 복수의 홈플러스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애초 월급의 600%를 지급할 예정이었던 위로금이 최근 300%로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위로금 규모가 자꾸 줄어들자 불만을 품은 관계자들이 MBK와의 협상 진행 내용을 내부에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처음 M&A(인수합병) 진행 당시 위로금이 1000%까지 지급 된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규모가 계속 줄고 있다"고 귀띔했다.

매각 위로금은 통상 기업을 인수하는 측이 피인수회사 직원들을 위로하기 위해 지급하는 돈이다. 외국에는 사례가 거의 없지만 노동조합의 실사 방해나 파업 등으로 인한 기업 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국내에서 통용되고 있다.

MBK는 인수 계약서상 위로금 지급 여부를 명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 테스코가 책임져야 할 매각 위로금을 MBK가 대신 주기로 하면서 우선 협상대상자에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의 경우 위로금 규모가 2600억~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매각대금(7조5000억원)의 최대 5%나 된다.

MBK는 2013년 코웨이를 인수하며 임직원들에게 약 156억원의 위로금을 배분했다. 직원 1인당 한 달치 월급(300만원) 정도다. 하지만 2014년 ING생명보험 인수 당시에는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삼성토탈(현 한화토탈), 오비맥주,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등도 기업매각 당시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의 위로금이 지급됐다.

이처럼 M&A 시장에서 위로금이 고착화 됐지만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많다.

임원과 직원의 격려금이 차등 지급되는 만큼 일부 경영진들에게 위로금이 집중될 경우, 새로운 노사갈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대형 M&A 과정에서는 매각자, 인수자와 노조 간 위로금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졌다.

특히 오비맥주의 진통이 심했다. 지난 2009년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사모펀드 KKR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임직원 몫인 18여억원의 위로금을 당시 이호림 사장이 가로챘다는 혐의가 불거졌다. 이 전 사장 퇴임 직후인 2012년 오비맥주 전 임원들은 그를 '횡령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오비맥주의 주인이 KKR에서 다시 AB인베브로 바뀌면서 1000억여원이 임직원 격려금으로 책정됐을 때도 논란이 일었다.

장인수 전 사장, 이영상 재무최고책임자(CFO), 박희용 인사총괄 부사장, 김동철 영업총괄 부사장 등 일부 경영진들이 각각 수십억원의 위로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반면 직원들은 수천만원 밖에 받지 못했다. 장인수 사장은 퇴임했지만 이영상 부사장, 박희용 부사장, 김동철 부사장은 현재도 재직 중이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매각을 방해하지 않는 대가로 받는 것이 위로금이라면 조폭이 말썽 피우지 않는 대가로 돈을 뜯는 것과 다른 것이 없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위로금 지급이 M&A의 투명성을 떨어뜨리고 불확실성은 높여 기업 구조조정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