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규모 부산항 신국제여객터미널 반쪽자리로 '전락'

2015-10-02 13:41
보안·부두와 터미널 간 거리 문제로 신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 부두 이용 못해
페리부두도 수심 낮아 크루즈 부두로 이용 불가능

부산항 신국제여객터미널 전경. [사진제공=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아주경제 이채열 기자= 아시아 최대 규모로 약 2900억원을 투입해 지난 8월 개장한 부산항 신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 부두를 이용한 크루즈선이 개장 이후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밝혀져 반쪽자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부산항에 입항하는 대형 크루즈선들이 통과 높이가 60m로 제한된 북항대교를 통과하더라도 승객들의 보안검색, 부두에서 터미널까지의 거리, 수심 등의 문제로 앞으로도 신국제여객터미널과 부두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김우남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제주시을)은 부산항만공사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부산항만공사의 주먹구구식 사업추진으로 신국제여객터미널과 크루즈 부두가 반쪽자리로 전락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2013년 부산항만공사 국정감사에서 신국제여객터미널 바깥에 있는 북항대교의 통과 선박 높이가 60m로 제한되면서 다리를 통과하지 못하는 초대형 크루즈선은 신국제여객터미널과 크루즈 부두를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북항대교를 통과할 수 있는 크루즈선도 승객들의 보안검색, 부두에서 터미널까지의 거리 때문에 현재 신국제여객터미널과 크루즈 부두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항만공사와 해양수산부는 크루즈 부두를 신국제여객터미널에서 가장 먼 서편부두 끝자락에 조성했다.

크루즈 승객들이 CIQ(세관·출입국 관리·검역) 심사를 선상에서 받으면 터미널에 있는 검색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관광버스를 통해 부산항 밖으로 나가기 때문에 크루즈 부두와 터미널의 거리가 멀어도 된다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3년 9월 국정원은 부산항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크루즈 승객들이 신국제여객터미널에 있는 CIQ 검색장에서 반드시 심사를 받도록 방침을 바꿨고, 크루즈 부두내 관광버스 입차도 금지했다.

이에 따라 크루즈 부두에 내린 승객들은 CIQ 심사를 받기 위해 840m나 떨어진 신국제여객터미널에 있는 검색장까지 걸어서 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크루즈 승객들 중 60대 이상 고령자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터미널과 약 1㎞나 떨어진 부두에 배를 접안시킬 크루즈 선사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국제여객터미널이 개장된 이후 크루즈 부두를 사용한 크루즈 선박은 단 1척도 없는 상태이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크루즈 부두에 간이 CIQ 검색장을 설치하거나 터미널까지 무빙워크를 만들어 승객들이 편히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예산문제와 행정절차상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크루즈 부두를 사용할 수 없다면, 터미널과 가까운 13번, 14번 선석 페리부두에 크루즈선을 접안시키면 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김우남 위원장에 따르면 부산항의 수심을 조사해 본 결과, 페리부두는 수심이 얕아 대형 크루즈선의 접안이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페리부두의 수심은 9m로 선박의 흘수(배가 물에 가라앉는 깊이)가 8m 이하인 배만 접안이 가능하지만, 작년에 부산항에 입항한 8만t 이상 대형 크루즈선 전체 8척 중 흘수가 8m 이하인 선박은 단 1척에 불과했다고 김 위원장은 지적했다.

페리부두에 대형 크루즈선이 접안하려면 수심을 더 깊게 준설해야 하지만, 공사비가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준설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김우남 위원장은 “국정원이 부산항에 대한 보안강화 방침을 이미 2년 전에 결정했지만 항만공사는 문제를 해결할 충분한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항만공사는 이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