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담판 앞두고 바빠진 그리스…디폴트 우려에 뒤늦게 협상안 마련 분주

2015-06-21 14:25
"그리스 디폴트 우려에 예금 인출 하루 1조9000억…'뱅크런' 가속화"
푸틴, 그리스에 차관 지원 약속 안 해

그리스가 이달 말 구제금융 프로그램 만료 시한을 앞두고 뒤늦게 새로운 제안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사진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모습.  [사진= 치프라스 총리 페이스북]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그리스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러시아가 차관을 지원할 것이라는 예상은 적중하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그리스 내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현상도 가속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리스는 뒤늦게 협상안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그리스가 집권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내에서도 실용파로 분류되는 이아니스 드라가사키스 부총리 주도로 자본통제와 지급불능을 면할 수 있는 새로운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새 협상안은 채권단 안과 비교해 연금 감축보다는 조세 감면 철회에 더 의존하는 내용이다. 그리스 정부는 21일 오전 각료회의를 열어 이 안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승인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WSJ는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동안 그리스가 조세감면을 폐지하는 것에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면서도 그리스 경제가 이미 중과세 상태라는 것을 지적하면서 연금을 포함한 재정지출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밝혀왔다.

국제 채권단은 22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와 이어 유로존 정상회의를 앞두고 그리스 정부에 재정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을 제출할 것을 재촉하고 있다. 채권단은 “그리스가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IMF 등에 설득력 있는 재정정책 조치들을 제출하지 않으면 22일 회의에서도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리스 정부 실무진이 취합 중인 새 제안에는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에 대한 공제를 없애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조세 감면 폐지, 연료와 소매판매 등에 관한 과세가 포함돼 있다고 WSJ는 그리스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WSJ는 “세금을 더 거둬들이는 방식으로 재정수입을 확보하면 그만큼 연금 지출의 삭감액을 줄일 수 있다”며 “입안자들은 이를 이용해 채권단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시행에 따른 국내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이달 말 구제금융 프로그램 마감 시한을 앞두고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이 구제금융 협상에서 거듭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는 커졌고 예금 대량 인출이 급증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은행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18일 하루에만 그리스 은행에서 15억유로(약 1조9000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다”며 “이번 주 예금 인출액은 50억유로(약 6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믿었던 러시아도 끝내 차관 지원이라는 ‘선물’을 주지 않았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날(19일)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회담에 나섰지만 러시아가 그리스에 차관을 제공하는 문제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에 앞서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유럽연합(EU)의 대(對)러 제재 연장을 저지하는 조건으로 러시아가 그리스에 차관을 제공하는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했었다.

채권단은 지금까지 그리스 정부가 내놓은 대안들을 모두 미흡한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IMF와 독일은 연금 지출의 대폭 삭감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리스 정부가 그리스 내 실용파들의 새 대안을 승인한다고 하더라도 국제채권단이 이를 수용할지는 불분명하다고 WSJ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