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따라잡기’ 김무성·문재인의 속사정

2015-06-19 02:19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여야 수장들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 행보가 눈물겹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마스크 없이’ 연일 메르스 격리병원을 찾고 있고 18일에는 헌혈까지 자청하고 나섰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극심한 가뭄에 더해 메르스 파고까지 덮친 지역 농산물 판로 확대를 위해 비닐하우스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마스크 없이’ 연일 메르스 격리병원을 찾고 있고 18일에는 헌혈까지 자청하고 나섰다. (사진설명) 16일 오전 메르스로 병원전체가 격리조치된 서울 양천구 메디힐 병원을 방문해 코호트 격리 상황과 관련해 의료진과 대화하고 있는 김 대표.[사진제공=새누리당]


이들의 행보가 ‘박근혜 정부 무능론’에 기폭제가 됐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난 4일 긴급 기자회견 이후 본격화됐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기자회견 직후 박 시장의 지지율을 급등,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로 올라서면서 사실상 여야를 막론한 ‘박원순 따라잡기’가 한층 치열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박 시장은 지난 12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1위(17%)를 차지하며 13% 지지율에 그친 김 대표(2위)와 문 대표(3위) 가뿐히 제쳤다. 박 시장이 지지율 1위를 탈환한 것은 무려 5개월 만이다. 이후 15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박 시장의 지지율은 19.9%로 1위를 기록했다. 김 대표와 문 대표는 각각 19.5%, 17.5%의 지지율을 기록, 2위와 3위로 밀려났다.

이처럼 민심이 ‘메르스 대응 선제골’을 날린 박 시장에게 쏠리면서 김, 문 대표는 제법 조바심이 생길 법 하다. 여야 수장으로서 지금 ‘메르스 민심’을 잡지 못하면 향후 대권 가도가 쉽지 않다는 것이 당 안팎의 중론이다.

김 대표는 앞서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국밥집에서 식사를 한 데 이어 연일 ‘마스크는 필요 없다’면서 메르스 격리병원을 찾는 등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또한 이날은 메르스 사태에 따른 헌혈난 해소를 위한 당 차원의 대대적 헌혈 참여활동을 전개했다. 다만 자신은 정작 복용 중인 약 때문에 ‘헌혈 불가’ 판정을 받아 헌혈은 못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무성 대표의 메르스 행보가) 자칫 정치적 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막연한 메르스 공포를 빨리 해소하지 않으면 경제위기 상황이 매우 심각해질 것이란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라며 “이를 위해 김 대표가 몸을 사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극심한 가뭄에 더해 메르스 파고까지 덮친 지역 농산물 판로 확대를 위해 비닐하우스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사진설명) 지난 16일 전북 순창 메르스 격리환자의 오디농장에서 일손을 돕고 있는 문 대표.[사진제공=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김 대표에 비해서는 다소 조용한 메르스 행보지만 ‘정부 무능론’을 내세우며, 국민적 불만과 불안을 대변하는데 내고 있다.

야당 대표임에도 여당 소속인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가장 먼저 찾아, 대응책을 논의하는 한편 박 시장을 만나 공동 대응책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댔다. 메르스 대책특위 구성 등 초당적 대응책을 도출한 ‘여야 4+4 회동’을 제안한 것도 문 대표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지난 16일엔 마을전체가 격리된 전북 순창군 장덕마을을 찾는 등 메르스 현장 행보도 멈추지 않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전략통 관계자는 “지금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 차기 대권주자들이 민심을 노리고 메르스 대응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위기일수록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기 마련이니 앞으로도 이들의 메르스 대응 행보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