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지금 빚내서 집사도 될까요?
2015-06-14 14:22
아니나 다를까 중개업소를 지키고 있었던 사장님은 문의 전화를 받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서울 변두리 2300가구 규모 아파트인데 매물은 열 개 남짓 있고 급매물은 벌써 다 팔렸다고 한다. 거래가격도 올해 들어 3000만원 가량 올랐다고 말하면서 비수기인 여름철이 지나면 가격이 더 오를테니까 집을 사려면 현재 나온 매물을 서둘러 구입하라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
올해 부동산 상승 흐름은 예전 정부의 부양정책으로 인한 '반짝 장세'로만 그칠 것 같지는 않다. 일단 현장을 두루 알고 있는 공인중개업소 사장님들도 이제는 매도인 우위의 시장으로 돌아섰다고 한 목소리다. 실제 서울 아파트값은 소폭이지만 23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벌써 매맷값은 올들어 3.3% 상승해 작년 한 해(2.53%) 상승률은 이미 넘어섰다.
수도권 시장의 바로미터인 강남구의 경우 5개월새 7%가 넘는 상승률로 가장 가팔랐다. 그동안 시장을 주도했던 실수요자 뿐만 아니라 투자수요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전국의 주택매매 거래량도 올 들어 5월까지 50만 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40만건)은 물론 2006년 통계를 낸 이후 최대치다. 건설사들이 미뤄놨던 대규모 아파트 단지 공급을 서두르면서 매달 많은 양의 신규 아파트가 출시되고 있지만 신규 아파트 모델하우스마다 사람들이 몰리고 청약률도 상당히 높게 나온다.
경매 시장도 덩달아 살아나고 있다. 지지옥션이 집계한 5월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73.2%로 2008년 7월(75.2%) 이후 8년10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평균응찰자수는 4.2명으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매매 행렬에 동참을 하려고 했지만 대출금 상환 문제가 마음에 걸린다. 아이는 쑥쑥 커가며 생활비 지출은 늘어나는데 대출금 상환 압력이 걱정돼 쉽사리 '지갑'을 열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주택시장에 참여하는 수요의 대부분이 전세난에 지치고 월세 부담이 커진 30~40대 실수요자들이 저금리를 활용해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상황은 전셋값 폭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전세에서 구매로 넘어가는 선택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시기라고 생각된다.
빚을 지고 주택을 구입하는 셈인데, 이에 따른 충격을 어떻게 흡수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이 중요한 관건이다. 소비 여력을 쥐어짜 겨우 마련한 내 집의 이자를 못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부동산 시장은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00조9568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조1246억원 늘었다. 1년 전인 작년 4월 말 271조7535억원보다 29조2033억원이 증가했다.
올 하반기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신용대출과 달리 담보가 뒷받침되므로 위험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금리가 상승하거나 집값이 떨어지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 장은 분명히 섰다. 그러나 분위기에 편승해 무리하게 집을 구입하는 우를 범하면 뒤늦게 발생하는 문제에 고통받을 수 있다. 조금은 냉정해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