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망자 6명…여야 불문, 문형표에 ‘집중포화’

2015-06-08 17:05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망자가 6명으로 늘어난 8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여야 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국내 메르스 확산 사태와 관련해 이날 국회 본회의 긴급 현안질문에서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를 지적하는 여야 의원들의 비판이 화살비처럼 쏟아졌다.

같은 시각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것과 맞물려, 마치 ‘문형표 청문회’를 방불케 했을 정도로 여야를 막론하고 이날 의원들의 공세 수위는 높았다.
 

메르스 사망자가 6명으로 늘어난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및 대책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다만 전날 여야 지도부가 ‘4+4 회담’을 열어, 향후 메르스 대응에서 ‘초당적 협력’을 약속한 만큼, 새누리당은 의사 출신 의원들을 앞세워 대안 제시에 집중했고 야당 의원들은 그간의 정부 실기를 지적하면서도 조속한 사태 진화를 당부했다.

우선 새누리당에선 의사 출신 문정림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는 대응 매뉴얼과 확진검사 시스템을 갖추고도 의심 환자에게조차도 검사를 거부하며 확진을 지체했으니 메르스 대비가 얼마나 행정 위주로 이뤄졌는지 알 수 있다”고 탁상행정을 지적했다.

또 다른 의사 출신 박인숙 의원도 “(정부)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았고 투명하게 정보공개를 하지 않아 초기 진화의 골든타임을 여러 번 놓쳤다”면서 “혼란과 공포에 떠는 국민에게 병원 명단만 툭 던져놓고 국민이 알아서 해석하고 판단하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직접 준비한 메르스 환자 발생 자료를 제시하며 “1번부터 64번까지 모든 환자의 시간대별 동선을 포함한 환자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며 “환자 명단에 모든 환자의 감염 경로, 바이러스에 노출된 시점부터 격리되기 전까지 동선, 현재 상황이 명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의사 출신 신의진 의원도 “우리가 무방비로 느껴지는 것은 질병의 최일선에서 싸우는 인원이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공중보건의가 맡고 있는 역학조사관을 전문요원으로 채용하고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집중됐던 평택을 지역구의 유의동 의원은 “정부의 메르스 대응은 낙제점이고 매뉴얼은 현장에서 무용지물”이라고 정부의 무능을 질타했다.

특히 유 의원은 자신이 ‘메르스 자가격리 대상자’로 통보받았다가 결국 능동감시자 판정을 받은 사실을 폭로해 주목 받았다. 그는 “저도 중환자 문제로 병원을 방문해 자진신고를 위해 129에 수십 차례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에 문의해 능동감시대상자로 판정받았는데, 이틀 뒤에는 보건소에서 자가격리 대상자라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보건당국을 믿을 수 없다며 질타했다.

야당은 초기 진화에 사실상 실패한 문 장관의 거취 문제를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국회 안전특위 위원장이기도 한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문 장관이 말하면 반대로 된다고 해서 ‘문형표의 저주’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장관의 무능이 국민에게 공포와 불안을 주는 것을 알고 있나”라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같은당 이목희 의원도 정부의 무능함을 질타하며 문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메르스 발병날 주무부처 장관은 중요하지도 않은 해외 출장 중이었고, 질병관리본부장은 워크숍을 했는데 한심하다. 질병관리본부, 장관, 총리대행, 대통령까지 국민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없었다”며 “문 장관은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조정하고 범정부적으로 대응하라”면서 “자가격리 대상자와 확진환자에 대한 보상 범위와 금액을 확대해야 하며, 의료기관이 받은 직간접적 피해에 대해서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어떻게 대통령이 6월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메르스를 처음 언급하면서 기본적인 환자 숫자를 틀리게 말할 수 있나”라며 “박근혜 정부의 보고 체계가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병원 명단 공개 지연에 대해서도 “삼성서울병원이라는 대형 재벌병원을 보호하기 위해 그랬던 게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메르스 사망자가 6명으로 늘어난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및 대책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여야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맞은 문형표 장관은 이날 위축된 모습이 역력했지만, 의원들의 날선 질문에 조목조목 답하며 차분히 대응했다.

문 장관은 “조심스럽게 예측하지만 (메르스 사태는) 오늘이 가장 피크라고 생각한다”며 “바라건대 내일이나 모레부터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르스는 결코 공기감염이 아니다”라며 “충분한 경계를 해야 하지만, 지나친 공포심이나 과장된 경계는 꼭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 장관은 현재 메르스 위기단계를 격상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항상 준비하면서 필요시 언제든지 ‘경계’ 단계로 격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주의단계이긴 하지만, 실제 취하는 조치들은 경계단계의 조치들이다. 주의단계라면 질병관리본부에서 대책본부를 맡아야 하지만, 지금 복지부 장관이 총괄 지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감염병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감염병 위기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순으로 높아지며, 보건당국은 지난달 20일 첫 메르스 환자가 확인된 이래 위기단계를 ‘주의’로 유지하고 있다.

문 장관은 자신에 대한 ‘보건의료 비전문가’ 논란에 대해선 “제가 보건 전문가는 아니지만, 복지부에는 상당한 의료 전문가들이 있으며 상황실에 상주하면서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답했다. 장관직 사퇴 요구에 대해선 “최선을 다해 사태의 조기 안정에 노력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