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지는 유럽' 그렉시트·브렉시트·포렉시트…판도라 상자 열릴까
2015-05-25 15:12
유럽 분열,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 불가피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유럽이 흔들리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그리스·포르투갈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이 날로 농후해지고 있어서다. EU의 균열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도 장기적진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EU는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의 스위스 취리히 연설에서 시작됐다. 1946년 처칠은 “유럽에도 국제연합과 비슷한 기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유럽 공동 시장과 경제적 단일화를 바탕으로 공동의 외교·안보정책을 수립해 국제무대에서 유럽의 발언권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이후 회원국 간 관세장벽을 철폐한 유럽경제공동체(EEC), 유럽공동체(EC)를 거쳐 1993년 EU가 탄생했다. 1995년에는 단일통화인 유로를 출범시켰으며 현재 ‘유로존’에는 19개국이 가입해 있다. 그러나 유럽 경제가 흔들리면서 EU에서 이탈하는 회원국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균열 조짐의 시작은 채무국 그리스였다. 그리스는 EU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채권단과 구제금융 분할금 72억유로(약 8조8000억원) 지원을 위한 개혁안을 놓고 협상 중이다. 협상이 결렬되면 그리스는 채권단에 부채를 갚지 못하게 되므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게 된다. 이 상황에서 그리스의 디폴트는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의미한다.
그러나 지정학적으로 불법 이민자들,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등이 유럽에 진출하는 관문인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해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상황을 유럽 국가들이 내버려두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그리스의 디폴트가 그렉시트로 이어진다고 속단하기 어렵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EU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최근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EU 회원국들과 EU 협약 개정 협상에 나선 뒤 이를 토대로 2017년까지 EU 탈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영국 여론은 반반이다. 복지 부담을 유발하는 회원국 내 인력 이동의 자유 보장 등 유럽 국가 간의 통합 자체에는 반대하지만 자유무역, 규제 완화 등 최대 수출 시장인 EU의 경제 통합에는 찬성한다. 독일의 베르텔스만 재단과 lfo경제연구소도 “브렉시트로 인해 최악에는 오는 2030년에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14%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영국이 결국 브렉시트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또 다른 문제아 포르투갈
포르투갈의 유로존 이탈(포렉시트·Porexit) 우려도 부상했다. 오는 9월~10월 총선을 앞둔 포르투갈에서 여론조사 결과 앞서고 있는 사회당은 공약으로 ‘긴축 반대·세금 감면·임금 인상’을 내걸었다. 이는 포르투갈이 지난 2011년 재정위기에 빠진 뒤 구제금융 조건으로 채권단에 약속했던 긴축재정 계획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회당이 집권한 뒤 그리스의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처럼 재정개혁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채권단과의 갈등이 불가피하고 구제금융 중단과 포렉시트로 이어질 수 있다.
◇ EU 회원국 잇단 이탈, 한국 경제에 ‘암초’
EU의 판도 변화는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EU에서 회원국들의 탈퇴는 유럽 실물경제에 악재로 이어지고 유로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한국의 주식·채권·외환시장은 물론 EU수출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는 “영국이 EU에서 이탈하면 FTA 혜택을 볼 수 없어 한국의 대(對)영국 무역 관련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