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서울 자치구 업무보고회 정치판 변질 '아쉬움'

2015-02-10 16:00
동네곳곳 신년인사회 눈살 찌푸려져

[사회부 강승훈 기자]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최근 서울의 각 구청장들이 집무실을 자주 비운다. 연초부터 구의회 임시회 등 대내외적으로도 챙겨야 할 현안이 수두룩하다. 그야말로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특히 동(洞) 업무보고회는 빠트릴 수 없는 일정이다. 자치구 수장으로 공식적 자리에서 많은 구민들과 얼굴을 맞대고 서로 안부를 묻는다. 간략히 요약하면 '소통의 장'인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동 업무보고회가 당초 취지와 어긋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단순히 구정과 구민간 인사 개념이 아닌 일종의 '정치인 홍보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난까지 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내년 4월 총선을 1년 여 앞두고서 서울 자치구 전체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난다는 게 더욱 문제다.

얼마 전 만난 모 구청장은 "솔직하게 구정 업무보고 자리의 성격보다 지역 정치인들이 본인을 알리고 표를 구하는 작업이 이뤄진다"면서 "행사를 주관하는 입장에서 눈살이 찌푸려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용산문화원 대강당에서 열린 용산구청 원효로2동 업무보고회. 예정된 시간을 10분 넘긴 오후 2시40분께 시작된 프로그램은 단체 춤, 연주 등 각종 볼거리로 참석자들의 흥을 돋웠다. 이어 오후 3시부터 내빈 소개가 이어졌다. 구청장 호명과 함께 선출직 공직자, 즉 지역 정치인들의 이름이 마이크를 통해 전달됐다. 국회의원, 광역·기초의회 의원까지 모두 불렀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몇몇의 형식적인 인사말이 뒤따르면서 대략 30분이 소요됐다. 한 기초의원은 "여기서 의원 칭찬하면 선거법 위반이니 절대로 하지 마세요"라고 농담 섞인 진담(?)을 밝혔다. 본인 역시 정치적 홍보 또는 선동의 장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걸 인지한 발언이라 여겨진다.

표심을 먹고 사는 정치권의 생리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신년벽두부터 동네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판'은 눈살을 찌푸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