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만과 편견' 정혜성, 기분 좋은 상큼·발랄 에너지

2015-01-26 11:35

[사진=유대길 기자]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신인배우의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가끔 '난관'에 부딪힐 때가 있다. 인터뷰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질문에 대한 대답을 서툴게 하거나 단답형으로 끝내기 때문이다. 낯을 가리는 배우라면 제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때때로 예상치 못한 '폭탄 발언'으로 함께 온 관계자가 식은땀을 흘리기도 한다.

하지만 MBC 드라마 '오만과 편견'(극본 이현주·연출 김진민) 종영 후 22일 서울 충정로 아주경제 본사에서 만난 배우 정혜성(23)은 조금 달랐다.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작품이 끝났다는 시원함보다 아쉬움을 '진하게' 표현했고, 연기에 대해서는 더없이 진지했다. 하지만 사적인 대화가 오갈 때는 20대라기보다 오히려 소녀 같은 모습이었다. 발갛게 익은 볼을 연신 만지며 "까르르" 웃었고, 적당한 유머와 미소로 인터뷰를 즐길 줄 아는 모습이었다.

첫 미니시리즈를 끝내고 밀린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정혜성은 아직 '오만과 편견'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도 눈을 뜨면 세트장으로 달려가야 할 것 같아요, 꿈에서는 감독님이 '레디 액션', '컷'하는 소리가 들리고요. 제 연기가 부족하면 '네가 알아서 해!'라고 내버려 둘 수도 있는데, 끝까지 저를 안고 가주셨거든요. 즐거운 기억뿐입니다."
 

[사진=유대길 기자]


tvN 시트콤 '감자별 2013QR3'(2013)에서 4차원 엉뚱 비서로 얼굴을 알리고, SBS 주말드라마 '기분 좋은 날'(2014)에서 부족한 것 없이 자란 부잣집 엄친딸로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한 정혜성은 '오만과 편견'에서 엉뚱하고 철없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야무지고 똑 부러지는 수사관 유광미로 열연을 펼쳤다.

정혜성의 연기에는 김진민 감독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대본이 어려울 때는 감독님에게 많이 의지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그는 "어렵거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내 분석이 잘못됐을까봐 감독님께 계속 확인했다. 감독님도 신이 들어가기 전에 무슨 말인지 아냐고 늘 확인해주셨고, 내 이야기를 듣고 거기에 감독님만의 분석을 더해주셨다"고 연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오만과 편견'을 통해 정말 연기의 모든 부분을 다 배운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리액션은 제가 가장 크게 얻은 부분입니다. 예전에는 뻣뻣한 아이였는데, 지금은 살아 숨 쉬는 연기를 알게 됐어요. 첫회와 마지막회를 보면 정말 다른 사람이죠, 그야말로 정혜성에서 유광미가 됐으니까요. 흐름 안에서 정확하게 제 위치를 파악하고 카메라 기법과 조명,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알았어요. 이 작품을 하지 않았으면 저는 정말 바보로 살았을 거예요, 하하."
 

[사진=유대길 기자]


작품에 대한 감사함 때문일까, 애교가 넘치는 그의 성격 때문일까. 설명하는 내내 조금이라도 더 진실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는 듯 대답을 할 때마다 한참을 골똘히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 '나 지금 엄청 고민하고 있어요!'라는 생각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손으로는 간절함이 가득 묻어나게 기도하는 포즈를 취했고, 목소리에는 애교가 가득했다. 좋은 대답이 떠오르면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꺼내놓아야 한다는 듯 '재잘재잘' 말을 이어갔다.

연기를 즐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연기는 정말 너~무 너무 어렵다"고 머리를 긁적거리면서도 이내 "그런데 재미있어서 큰일"이라고 시원하게 웃어 보였다.

"50년 후에도 비슷한 고민을 할 것 같아요. 연기는 50년 후에도 알 수 없는, 정말 심오한 분야니까요. 하지만 예전에는 연기를 연기라고 생각하고 그저 어렵게만 느꼈는데, 어느 순간 쉬운 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사람들과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대본을 열심히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표현이 되더라고요. 연기가 실생활이 되니 어려운 게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도 있다는 걸 배웠죠."

정혜성은 '기분 좋은 배우'가 되길 희망했다. "누군가 저를 떠올렸을 때 인상을 쓰거나 기분이 나쁜 게 아니라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의 다양한 모습 때문에 오래 보고 있어도 질리거나 지루하지 않고 늘 새로운 배우요!"

이름을 떠올리기만 해도 상큼 발랄한 에너지가 느껴졌고, 여기에 톡톡 튀는 매력까지 더하니 정혜성은 이미 '기분 좋은 배우'였다. 사이다 같이 시원한 그녀. 내일의 연기가 기다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