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연예대상 이경규를 ‘힐링캠프’ 게스트로 추천합니다[권혁기의 필담]

2014-12-31 11:30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2014 SBS연예대상 시상식 사전행사로 열린 레드카펫에서 개그맨 이경규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1960년 부산에서 태어나 1981년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한 이경규(54). 동국대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해 개그맨으로 이름을 날렸다.

예능계의 대부 격인 이경규는 통산 8차례의 연예대상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고향인 MBC에서 1991, 1992, 1995, 1997, 2004, 2005년 대상의 영광을 안았으며 이후 2010년 KBS에서도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이번 SBS 연예대상까지 총 8회 수상으로, 11차례 정상에 오른 유재석에 이어 두 번째 최다 수상자다. MBC에 국한한다면 최다 수상자다.

그런 그가 2014 SBS 연예대상 대상 수상으로 유재석, 강호동에 이어 방송 3사 연예대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힐링캠프’ 안방마님 성유리, 배성재 아나운서와 함께 SBS 연예대상 진행을 맡아 수상이 불투명했던 이경규는 방송 내내 대상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힐링캠프’에 대한 애정과 사심(?)을 드러냈다.

“내 인생이 파란만장하다. 웃고 있지만 아픔도 있고 사연도 많다. ‘힐링캠프’ 마지막 회는 내 이야기로 장식했으면 좋겠다. 녹화시간은 1시간”이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에 성유리는 “진심으로 이경규 선배님이 나오길 바라고 있다. 화면에 비쳐지는 모습 말고 다른 모습이 많다”고 화답했다.

말 그대로 이경규의 인생은 파란만장하다. 전공에 맞는 영화에 대한 꿈은 이경규의 숙원이었다. 1992년 ‘복수혈전’의 감독과 주연을 동시에 맡았지만, 기억에 남는 건 이경규의 탄탄했던 몸매뿐이다. 한 번의 실패는 귀중한 약이 됐다. 다시 영화를 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제작자로 돌아선 이경규는 2007년 ‘복면달호’를 내놓았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봉달호(차태현)를 트로트 뽕짝 가수로 데뷔시키는 과정이 담긴 줄거리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났고, 관객들은 즐거워했다. 전국 161만여명의 관객을 모집하며 나름대로 흥행했다. OST ‘이차선 다리’ 역시 인기를 끌었다. 그래도 연기에 대한 꿈을 배신할 수 없었는지 엔딩 보컬 트레이너로 깜짝 출연도 했다.

지난해 개봉한 ‘전국노래자랑’은 이경규의 인맥이 제대로 반영된 영화였다. 주조연배우들 외에 실제 ‘전국노래자랑’의 산증인 송해, 김용건, 신은경, 이병준, 김태원, 정동하 등 많은 연예계 스타들이 카메오로 등장했다. 가정의 달인 5월을 겨냥해 개봉됐지만 ‘아이언맨3’에 밀려 97만7800여명에 만족해야 했다. 영화가 너무 눈물을 강요한다는 평도 한몫했다. 그러나 살아가기 빡빡한 현대 사회에서 가수라는 꿈을 놓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박봉남(김인권)의 모습은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영화를 포기하지 않는 이경규의 속마음이 투영된 캐릭터인지도 모르겠다.

이경규의 SBS 연예대상 대상 수상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많은 대중들은 유재석의 첫 방송 3사 트리플 크라운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경규의 수상에 토를 다는 사람은 적다. 유재석의 기록 실패에 아쉬워하면서도 이경규의 수상에는 이견이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경규는 열심히 살아왔고, 그 보상을 받았다.

‘힐링캠프’에 출연해 삶의 소회를 밝히기에 충분한 게스트다. 물론 ‘녹화시간 1시간’은 어불성설이다. 이경규의 인생이 1시간 만에 끝날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30일 오후 9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4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 수상을 예상하지 못한 듯 이경규는 놀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마이크 앞에 섰다. 지난 2년 연속 최우수상에 머물러야 했던 이경규는 “정말 감사하다. 생각도 못했다. 쟁쟁한 후배들이 후보여서 더 그랬다”며 “이 상을 받아 더 미안한 것 같다”고 수상 소감 말문을 열었다.

이어 “여러분. 프로그램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복이라는 것도 무시 못한다”며 “처음에는 자기가 잘해 상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한 해가 지날수록 PD와 작가들의 힘으로 받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또 이경규는 “얼마 전에 49재가 끝났다. 아버지께서 하늘나라로 가셨다. 조금만 더 사셨다면 지금 이 기쁨을 함께 느끼실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 이 상은 존경하는 아버지께 돌린다”며 “시골에 계신 어머니께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잠시 숙연했던 이경규는 이내 ‘뼈그맨’다운 수상 소감으로 웃음을 유발했다. ‘붕어방’ PD를 ‘힐링캠프’ PD로 소개하는가 하면 “작가들 이름 모릅니다. 김작가 있겠죠? 박작가 있을 겁니다. 막내작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면서도 “CP님들 이름은 정확히 알고 있다”고 말해 폭소케 했다.

그러면서 함께 대상 후보였던 강호동, 유재석, 김병만을 호명하며 “이제 제가 상을 받으면 얼마나 받겠느냐”는 너스레로 웃음을 더했다.

이경규는 마지막으로 SBS 사장에게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