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불출마 요구 “응답하라, 문재인·정세균·박지원”…빅3는 ‘마이웨이’

2014-12-23 16:32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 [사진=문재인 의원실 제공]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文(문재인)이냐, 非文(비문재인)이냐.” 새정치민주연합 차기 당권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당 내부에서 빅3(문재인·정세균·박지원 의원)에 대한 불출마 요구가 들끓는 상황에서도 정작 이들은 사실상 ‘마이웨이’를 고집, 물밑에서 계파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범계파가 총결집한 빅3 사퇴 요구 흐름의 구심력이 확산 일로를 걷는다면, 문재인·정세균·박지원 의원 중심의 현 구도가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내년 2월8일 예정된 전국대의원대회(전대)에 범야권 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 의원이 등판하는 상황에서 제1야당이 ‘친노(親盧·친노무현) 대 비노(非盧·비노무현)’, ‘문 대 비문’ 등 계파 갈등에 갇힐 경우 전대 흥행 실패로 사실상 자멸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출마 기운 文·丁·朴, 3인3색 당권 플랜…변수는 ‘대세론’

23일 새정치연합에 따르면 빅3는 사실상 전대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며 당권 선점을 위한 전략 가동에 나섰다. 정 의원이 나머지 빅3의 불출마를 전제로 ‘조건부 수용’ 입장을 나타냈지만, 문 의원과 박 의원의 출마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출마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 [사진=아주경제 DB]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빅3의 출마 흐름은 어느 정도 확고한 것 같다”면서 “특히 차기 대권을 노리는 문 의원이 연일 강한 권력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빅3 출마에 힘을 실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빅3의 당권 플랜과 선거 3대 요소(인물·조직·구도)의 상관관계다. 강력한 당권을 통한 ‘정권교체’에 방점을 찍은 문 의원과 ‘당권·대권 분리’를 앞세운 박 의원이 대척점을 이룬 가운데 정 의원은 “영남(문재인) 대 호남(박지원) 구도=구시대적 대결”이라며 틈새 작전에 나섰다.

실제 지난 17일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직에서 사퇴한 직후(19일) 전북을 시작으로 호남 공략에 나선 문 의원은 이날 이틀간의 전남 일정을 마무리하며 호남 민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는 참여정부 당시 ‘열린우리당 창당’이란 원죄에 시달리는 문 의원이 자신의 최대 약점인 호남의 지지기반을 다지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보인다.

한길리서치의 12월 정기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결과에 따르면 새정치연합 차기 당권 주자 지지도에서 1위를 차지한 문 의원(24.7%)은 호남에서 30.1%에 그쳤다. 호남지역 부동층은 문 의원의 지지도를 웃돈 38.7%에 달했다.

과거 호남지역 민심이 대세론 후보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현재 호남에서 ‘문재인 대세론’은 없는 셈이다. 제1야당의 ‘최대주주’이자 ‘리틀 노무현’인 문 의원이 조직과 인물 경쟁력에서 비교우위를 가진 반면, 이슈 파이팅 없는 정책 부실로 구도에 약점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丁 ‘인물’ 약점 VS 朴 ‘당권·대권 분리’ 딜레마
 

국회 본청 [사진=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조직에 강점을 지닌 정 의원은 2·8 전대 출마와 관련, 조건부 수용 입장이다. 문 의원과 박 의원이 출마를 강행할 경우 견제 차원에서 출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범계파가 빅3의 불출마를 요구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의 통합과 재건, 그리고 혁신의 길이 무엇인지 숙고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빅3에 불출마를 압박한 ‘비문 동맹’에 정 의원과 가까운 김영주·안규백 의원 등이 포함되면서 정 의원이 사실상 불출마 쪽으로 ‘출구전략’을 모색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18대 대선 직전 영남의 민주화 세력과 호남의 민주화 세력 간 결합인 ‘남부 민주벨트’ 구상을 밝히며 구도 전선에도 비교우위를 가진 정 의원의 최대 약점이 ‘대중성’과 ‘관리형 대표’ 이미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2·8 전대 이후 플랜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것이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의 차기 당권 구도는 문 의원 쪽으로 기울었다”면서도 “지금 빅3에 대한 불출마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내년 4·29 보궐선거판이 커졌다. 문재인 체제에서 패할 경우 ‘사퇴 압박’이 높아질 수 있다. 정 의원의 플랜은 이 지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체제’ 이후 치러지는 내년 4·29 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이 패할 경우 차기 당권의 새 판짜기가 불가피한 만큼 정 의원이 사실상 ‘포스트 문재인’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주장인 셈이다. 

호남 맹주를 자처하는 박 의원도 전대 출마에 힘을 실으며 연일 공중전을 통한 지지도 확보에 나섰다. 다만 ‘당권·대권 분리론’이 박 의원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18대 대선 직전 ‘이(李)·박(朴)’ 담합 논란에도 불구하고 친노계인 이해찬 의원과 손을 잡고 원내대표를 꿰찬 박 의원은 연일 지난 두 번의 대선 패배를 거론하며 “친노 대 비노 구도로는 안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호남 조직이 박 의원을 전폭적으로 지지할지 미지수인 데다 올드보이 이미지로 인물 경쟁력도 떨어져 현재 다크호스인 이인영·박영선 의원에 비해 어느 정도나 파괴력을 가질지 미지수라는 평가다.

빅3가 사실상 마이웨이를 외친 상황에서 비문 동맹을 맺은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이날 조찬 회동을 열고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단체행동을 하기로 결정, 제1야당 전대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