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 여학생 자살 시도로 또다시 '미흡한 정부 참사 수습 능력' 도마위
2014-12-23 13:36
지난 21일 세월호 생존 여학생 A(16·2학년)양은 눈썹정리용 칼을 이용해 왼쪽 손목을 그으며 자해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부가 세월호 생존자에 대한 관심이 단발성으로 그친 것이 아니냐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23일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11시21분께 A양이 자신의 집에서 약물을 과다 복용한 채 쓰러져 있는 것을 가족들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당시 A양은 어지럼증과 복통을 호소한 상태로 왼쪽 손목에는 눈썹정리용 칼을 이용해 자해한 흔적이 확인됐다. 현재 A양은 일반병동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살을 시도하기 전 A양은 '희생된 친구가 보고 싶다'는 글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에 탑승한 단원고 2학년 학생은 총 325명으로 이 가운데 75명이 구조됐다. 현재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생존 학생은 38명으로 사고 직후 초기 치료를 받은 74명 가운데 절반이 아직까지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 생존 학생들을 사고 직후 부터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에 따르면 생존 학생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관련 증상을 측정한 결과, 사고 1개월 이후 회복세를 보이다가 6개월에 접어들자 다시 악화하기 시작했다.
PTSD는 사고 10주~12주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그 후 일부에서 다시 증상이 악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단원고 생존학생들 전반이 이와 유사한 결과를 보인 것이다.
한창수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증상이 악화하는 시점에서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향후 다른 스트레스 요인들과 함께 작용하면, 스트레스 증상의 만성화 및 PTSD 증상 외에도 우울증, 불안장애, 충동조절장애 등 악화 가능성이 있어 적시에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A양은 평소 치료를 받고 있었고 잘 지내고 있었다고 안산교육회복지원단 관계자는 설명했다. 즉 A양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돌발적으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주변에서도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8월 단원고 정상화와 희생자 유족 및 형제자매, 교원 등의 심리회복 지원을 위해 경기도교육청 산하 '안산교육회복지원단'이 설립돼 활동중에 있다. 안산교육회복지원단은 단원고 내부에 설립된 마음건강센터에 스쿨닥터 정신과 전문의와 임상심리사 두명이 심리검사와 심리 치료를 하고 있다.
또 상담교육부에서 전문상담교사 3명, 전문 상담사 2명, 교육복지사 1명 총 6명이 상담이나 치유, 회복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외부 약물치료 필요시 병원에 연계해 치료를 받는다. 이번에 졸업하는 학생들에 대한 치료는 안산시 보건복지부 산하 온마음센터에서 치료를 병행할 계획이다.
안산교육회복지원단 관계자는 "세월호 법 제정에 따라 내년에는 학비나 기타 지원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양근서(새정치연합·안산6) 의원은 지난 9월 "안산교육회복지원단의 사업을 보면 세부 계획이 전혀 없다"며 "피해 가족이나 생존학생, 생존학생 부모를 대상으로 한 각종 교육이나 치유 프로그램이 단발성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동안 세월호 특별법의 제정이 늦춰지면서 내년도 이들 센터의 운영비가 책정되지 않는 등 지속적인 치료를 이어갈지 불투명했으나 지난 20일 안산의 교육 특구 지정과 국립트라우마센터 재정의 국가 부담 등의 내용을 담은 건의안이 안산시의회에서 채택됐다. 사고 발생 8개월이 지나서다.
하지만 이 또한 적잖은 갈등이 예고된다. 사고 직후 정부는 국립트라우마센터를 국가 재정으로 건립·운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센터 운영비 40억 원 중 절반을지방자치단체에 떠 넘겼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0일 광주지법 형사 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세월호 승무원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양수진씨는 "학생들의 심리 치료에 최소 1년, 많게는 1년6개월 이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 전문의는 단원고 생존학생 20~30명의 심리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