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 휘발유 공급가 100원 내렸지만 "서울 주유소는 아직 비싸?"

2014-12-17 16:48
서울 휘발유 평균 판매가 ℓ당 1700원대 유지


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 정유사들이 최근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기준가격을 ℓ당 100원이나 내리면서 주유소 판매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1400원대 휘발유를 판매하는 주유소까지 등장했지만,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인하 폭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와 GS칼텍스 등 정유사들은 지난주 주유소 공급가를 휘발유 기준 ℓ당 60원가량 인하한 데 이어 이번 주 또다시 40원가량을 내렸다. 이로써 지난 2주간 휘발유 공급가는 ℓ당 100원 이상 하락했다.

지난 16일 기준 SK에너지는 휘발유 공급가를 ℓ당 1625원에서 1577원으로 48원 내렸고, 경유는 1462원에서 1422원으로 40원 인하했다. 등유도 951원에서 906원으로 45원 내렸다. GS칼텍스는 휘발유 공급가를 1574원으로 46원, 경유는 1417원으로 37원, 등유는 912원으로 41원 내렸다.

그러나 잇따른 주유소 공급가 인하 소식에도 서울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여전히 ℓ당 17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오전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ℓ당 1654.57원이었지만 서울은 1731.05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지역이나 업소별로 공급가가 달라지는 것은 매주 화요일 0시를 기준으로 확정되는 정유사 공급가가 일종의 기준가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 주유소와 거래 시에는 다양한 요인이 반영된다는 게 정유사의 설명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보통 월말에 정산을 진행하는 등 소비자에 판매되는 최종적인 주요소 가격은 결정요인이 복잡해 곧바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지는 않는다"면서 "당장 인하 폭을 체감하기 어렵겠지만, 일단 정유사가 공급가 자체를 내렸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소비자 가격도 서서히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9일 공급가를 60원 이상 내리자 11일 경기 화성의 휴게소 주유소 두 곳이 ℓ당 휘발유 판매가를 1498원으로 내리는 등 17일 기준 총 14곳의 주유소가 휘발유를 1400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아울러 12월 둘째 주를 기준으로 휘발유를 ℓ당 1500원대에 판매하고 있는 주유소가 2760여 곳으로 전주보다 2300곳 이상 늘어나며,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도 내려가는 모양새다.

서울의 경우 동대문구 제기동의 SK풍한주유소와 강북구 번동의 에너지솔루션 강북주유소가 ℓ당 1555원으로 최저가를 기록하는 등 총 111곳의 주유소가 1500원대에 진입했다.

한편 국제 유가의 잇따른 폭락으로 휘발유 가격은 내렸지만, 정유사들의 입장에서는 재고평가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경영실적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저유가 기조가 유지되면서 정유 4사의 올해 적자규모도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