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자 식품의 영양표시 '외면'

2014-12-15 18:07
FDA 식품에 영양표시 의무화 활발한 논의

한 전문의가 만성질환자를 치료하고 있다.[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식품을 살 때 라벨에 쓰인 영양표시를 누구보다 열심히 봐야 하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자들이 식품의 영양표시를 거의 안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오승원 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2008∼200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해 건강한 사람과 만성질환자의 식품 영양 표시 이용도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밝혀졌다.

​전체 조사 대상자의 24.4%만 영양표시를 읽은 뒤 식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건강한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선 식품표시를 읽는 비율이 무려 80%에 달해 대조를 보였다.

이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최고 혈압 140㎜Hg, 최저 혈압 90㎜Hg 이상)는 2758명 중 267명(12.2%)만이 식품 라벨에 쓰인 영양성분표를 확인했다.

고지혈증 환자(공복 혈중 총 콜레스테롤 240㎎/㎗ 이상)은 18.7%, 당뇨병 환자(공복 혈당 126㎎/㎗ 이상이거나 당뇨병약을 복용 중이거나 인슐린 주사를 맞는)는 13.2%만 영양성분표를 챙겼다.

만성질환자 10명 중 8∼9명은 식품을 구입할 때 영양성분표를 외면한 셈이다.

이 연구에서 고혈압이 없는 사람은 27.8%, 고지혈증이 없는 사람은 25.1%, 당뇨병이 없는 사람은 25.4%가 영양성분을 살피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승원 교수는 "품의 영양표시는 건강한 사람보다 만성 질환자에게 훨씬 유용한 정보로 고혈압 환자는 나트륨, 당뇨병 환자는 당류·탄수화물·열량, 고지혈증 환자는 지방·포화지방·트랜스지방·콜레스테롤 함량을 반드시 확인해야"며 "식품 영양표시가 건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려면 영양표시의 의미와 여기에 포함된 영양소가 질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식품에 영양표시를 의무화하면 20년간 심장병과 암 사망자를 3만9200명 줄이고 1만2902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최근 미국에선 비타민 D(뼈 건강 유지·면역력 증강·암 예방), 칼륨(혈압 조절), 첨가당(비만 유발)에 대해 영양표시를 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