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광명시흥지구, 공공주택지구 풀렸는데 건축 인허가 왜 안되나?

2014-12-14 11:09
광명시 특별관리지역 계획으로 인허가 제약

광명시흥지구에서 우선 제척된 광명시 가학동 일대 전경.[사진=이명철 기자]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수년간 재산권이 묶여왔다가 이제 와서 뭘 좀 해보려고 해도 사실상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건축행위 제한이나 불법 건축물의 책임은 주민이 진다고 치지만 정책 실패는 누가 책임지는 것인가.”(광명시 가학동 주민)

해제 절차를 밟고 있는 광명시흥공공주택지구(옛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집단취락(마을)이 우선 제척이라는 호재에도 싸늘한 반응이다.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지만 광명시가 통합정비를 추진하면서 사실상 인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 11일 찾은 광명시 내 집단취락 일대 부동산 시장은 국토교통부의 우선 제척 조치에도 한산한 분위기였다.

앞서 9일 국토부는 광명시흥지구 24개 집단취락을 지구에서 제척·고시한 바 있다. 해제 대상은 광명시 소재 15개, 시흥시 9개로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건축행위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과 공인중개사 등에 따르면 제척 고시 이후에도 건축 인허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광명시흥지구 대책위원회 소속 이정구 명문부동산 대표는 “집단취락 내 주택의 경우 3.3㎡당 평균 500만~600만원 선으로 제척 고시 이후에도 거래 및 시세가 큰 차이는 없다”며 “고시에 따라 건축행위가 가능해졌지만 관할 지자체인 광명시에서 인허가에 비협조적이어서 변화가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건축 인허가가 어려운 이유는 광명시가 향후 집단취락을 포함한 광명시흥지구 일대를 통합 개발할 예정이어서 사전 개발행위를 차단하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 주민들의 생각이다.

이정구 대표는 “광명시는 예전부터 집단취락이 제척돼도 설명회 등에서 개별 건축 인허가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며 “통합 정비를 할 예정이면 제척 이전에 토지를 다시 돌려주는 환지를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전면 수용을 할 것인지 등 의견을 물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광명·시흥 일대가 수도권 서남부의 거점지역으로 주목 받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이 우려된다. 이 지역은 최근 광명역세권지구 본격 개발로 아파트 분양이 호조세다. 광명역세권이 가까운 광명시흥지구의 경우 개발압력이 높아 투자자 문의가 많은 편이지만 개발계획이 정해지지 않아 섣불리 접근이 쉽지 않다는 게 현지 설명이다.

여기에 광명시는 이들 지역에서 공공연하게 지어지고 있는 비닐하우스 등 불법 건축물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예고해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가학동 광명공인 이복산 대표는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되면서 5년 이상 재산권에 제한을 받았고 생활비라도 벌어보고자 비닐하우스를 지어 월세를 받는 주민이 많다”며 “정책 지연에 따른 주민 피해 보상은 염두에 두지 않고 벌금 정도가 아닌 고발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광명시 관계자는 “내년부터 집단취락의 정비사업 타당성 조사를 위한 용역을 발주할 계획으로 환지 등 방식에 따른 사업성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강제 사항이 아니라 주민 대상 설명회를 열고 찬성하는 마을에 대해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함께 연계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축 인허가에 대해서는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쉽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지구에서 제척됐어도 도시계획인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에 이에 맞게 건축 인허가를 내줄 수 있다”며 “여러 제반요건에 맞는 신청만 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광명시는 아직 공공주택지구로 남아있는 기존 지역(15.63㎢)과 연계해 통합개발 추진을 검토 중이다. 기존 지역 개발을 위한 계획을 세우려면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공공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의 국회통과가 지연돼 덩달아 집단취락까지 정확한 개발 방향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토부 박연진 공공주택관리과장은 “이들 집단취락 지역은 지구 지정 이전에도 기존 취락이었다가 재산권이 묶인 것으로 선제 조치의 차원에서 우선 제척하게 됐다”며 “건축행위에 대해서는 지자체의 도시계획에 따라 실시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통합개발에 대해 그는 “일부 주민들도 특별관리지역과 연계한 개발에 찬성하고 있어 빠른 법안 통과 후 특별관리계획을 세워 사업 추진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