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조국의 안보를 걱정하다
2014-12-07 05:59
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한국을 오래전에 떠나 온 사람들은 조국의 사정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멀리 있다보니 직접 보고 듣는 것이 그만큼 적어 그럴게다.
아무리 정보통이 좋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는다 해도 직접 보고 듣는 것만 못하다. 그래서 요즘 언론을 통해 들리는 이야기를 듣는 한인 이민자들은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는 그렇다치고, 연평도니 천안함이니 하는 것들보다 이민자들, 정확히 얘기하면 어르신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다.
6.25전쟁을 경험했거나 철저한 반공교육을 받으며 힘들게 살았던 세대들은 북한이나 공산당이란 소리만 들으면 당장이라도 총을 들고 뛰쳐 나설 것만 같다.
그러다 보니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종북'이라든다 '친북'이란 단어만 들어도 치를 떤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금방이라도 내 나라 내 조국이 망할 것처럼 불안해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를 비롯, 미국 내 곳곳에 한인들이 세운 보수 안보단체가 제법 된다.
주로 참전용사를 중심으로 세워진 단체가 많다. 재향군인회나 6.25참전유공자회, 각종 베트남참전용사 관련 단체들이 그렇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도 않다. 얼마전에는 워싱턴지역에 설립됐던 대한민국 잠수함 연맹 워싱턴지회는 미국에 있는 단체지만 한국 국방부의 법인설립 인가를 받기도 했다.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대표는 군대생활을 한 적도, 배우자가 군인출신도 아닌 다만 조국의 안보를 걱정하는 한 민간인 여성이다.
이렇듯 조국의 안보와 번영에 이바지하겠다는 한인 이민자들이 꽤 된다. 이 단체만 해도 지난 4월 5일 출범 이후 회원수만 120명에 달한다.
이 단체 이전부터 있어왔던 단체들의 활동도 주목을 끌고 있다.
워싱턴 6.25참전유공자회는 지난 5일 한국의 번영과 반공을 위해 남은 삶과 목숨을 바쳐 조국에 충성하기로 결의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좌익친북세력 척결, 안보사상 고취를 위해 힘써야 한다며 결의문을 통해 좌익 친북세력 척결과 안보사상 고취, 국방력 강화 요청 등을 주장했다.
같은 날 워싱턴지구 한인연합회와 워싱턴 안보단체협의회는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을 환영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북한인권결의안에 반대한 중국과 이란, 베트남, 러시아 등 18개국 대사관에 항의서한도 보낼 예정이다.
특히 성명서에서 이들은 구격 폄하와 동포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종북세력의 반국가행위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여기서 언급한 '동포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종북세력'이란 부분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도 종북세력이 있다고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이곳 사람들은 잘 모른다. 하지만 미국에 종북세력이 있다는 말은 예전부터 한인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바다.
미국에서 25년동안 종북세력을 연구한 자유민주연구원의 로렌스 펙 대표는 이달 초 '미국 내 종북세력의 활동실태' 보고서를 발표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보고서에서 그는 미국 내 종북세력을 공개적으로 한인사회에서만 활동하는 종북세력, 주로 미국 주류사회를 공략하는 단체, 국제주의 양상을 갖고 있는 맑스레닌주의 정당들과 교류하는 단체, 순순한 동호회임을 내세워 북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처럼 꾸미고 국제적 이슈와 쟁점에 집중하는 소위 '위장 종북단체' 등 4가지로 분류했다.
펙 대표는 특히 위장종북세력으로 분류되는 단체 또는 동호회의 경우 한인사회가 그 진면목을 알고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미국 사회에도 종북세력이 있다고 하니 한인사회 보수, 안보단체나 개인들은 더욱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종북세력의 존재 자체에 대한 논란은 있다. 무엇을 갖고 종북세력으로 규정지을 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잘못 알고 일방적으로 특정 단체 또는 개인을 종북이니 친북으로 몰아세우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그러한 논란이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계속해서 불거진다는 점이다. 누구 때문이라고 섣불리 말할 수는 없다. 여기서 종북논란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여기서는 논외의 문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을 접하는 한인사회 이민자들의 걱정은 그 강도가 굉장히 크다는 것이다.
몸은 조국을 떠났지만 마음만은 항상 조국을 그리며 가족과 친척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이민지들에게 종북이니 친북이니 하는 소리는 금방이라도 한국이 무너질 것처럼 들리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조국을 떠나 먼곳에 있으면서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위치에 있음을 미안해 하는 마음도 있다.
사실여부야 어떻든간에 한국사회를 둘로 갈라지게 만들고 있는 종북, 친북 논란이 하루빨리 해소되길 미주지역 한인들은 간절히 바라고 또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