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디플레이터 2분기 연속 0%...'D의 공포' 커지나

2014-12-04 16:00

 

[그래픽=임이슬기자 90606a@]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처음으로 2분기 연속 0.0%를 기록했다. 저물가로 인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3분기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GDP디플레이터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연속 0.0%에 머물렀다. 소비자물가(CPI)가 가계에서 소비하는 품목만 골라서 조사한 지표인데 비해 GDP디플레이터는 환율이나 유가의 영향이 큰 수출입물가까지 모든 재화와 서비스 물가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물가지수를 말한다.

이같은 수치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속 경기침체) 공포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수요 침체와 생산·고용 위축의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기업이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앞으로 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투자와 소비를 미루게 된다.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 기업은 상품 가격을 내리게 되고, 소비자는 추가 가격 인하 기대감에 구매 계획을 접으면서 경기는 더욱 쪼그라든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소비자물가(CPI)에 선행하는 GDP디플레이터가 떨어지니 물가상승률 또한 낮아져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은은 이에 대해 선을 그었다. KDI와 달리 GDP디플레이터가 소비자물가(CPI)를 선행하기 보다는 동행성이 크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다. 내수는 견조한데 유가하락 등으로 인한 수출물가 하락이 내수 상승분을 깎아먹었다는 것이다.

조용승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내수 부문의 GDP디플레이터가 0.7% 상승에 그쳤지만 환율과 ICT제품 가격의 하락세 영향으로 수출 부문은 7.7% 하락하고 수입 부문은 7.2%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2000년 이후 추이를 분석한 결과 GDP디플레이터와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선행성보다는 동행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이어 "특히 수출입 의존도가 100%를 넘는 한국과, 3분의 1 수준인 일본의 경제 구조가 다른 만큼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3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 수치도 좋지 않았다. 실질 GNI는 우리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는 전분기보다 0.3% 성장하는데 그쳐 2년6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둔화했다. 교역조건이 악화된데다 외국에서 벌어들인 소득(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감소됐기 때문이다.

실질 GNI는 지난해 2분기 1.9% 증가한 뒤 3분기와 4분기 각각 1.0%를 기록했다. 이후 외국인 배당금이 늘며 올 1분기 증가율이 0.5%로 하락한 뒤 2분기 1.1%로 올랐다가 다시 0%대로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명목 GNI는 374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0% 늘어 플러스 전환됐다. 또 2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보다 0.9% 늘어나 지난 10월 발표된 속보치와 동일했다. 다만 4분기 연속 성장률이 1%를 하회했다. 명목 GDP는 1.1% 올랐다.

속보치 때와 마찬가지로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지출 요인별로는 수출이 좋지 않았다.

제조업은 전자기기의 부진으로 0.8% 줄었다. 건설업은 토목과 비주거용 건물을 중심으로 1.1% 성장했다. 서비스업은 1.4% 증가했고 농림어업(2.5%)과 전기·가스 및 수도사업(4.7%) 등도 증가했다.

지출 측면에서 보면 수출이 LCD,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2.2% 줄고 수입도 0.5% 감소했다.  반면 민간소비는 1.0% 늘고 정부소비(2.3%), 건설투자(2.5%), 지식재산생산물투자(0.6%) 등도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