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토신 경영권 분쟁‥.주목받는 이유는?

2014-12-04 14:32
차입형 신탁시장 70% 점유…매출·영업익 빠르게 성장
대주주적격심사 이달말 발표 예정…경영권 갈등 우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 국내 최대 신탁회사인 한국토지신탁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09년 민영화 이후 사업성 위주로 전환해 2011년부터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토신의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면서 경영권 향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토신은 2009년 '아이스텀트러스트'가 토지공사(현재의 LH)로부터 31.5%의 지분을 취득하며 민영화됐다.  지난 8월 2대 주주인 '아이스텀트러스트'는 보유지분 31.5%를 PEF '파이어니어'에 양도하는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한토신은 금융업에 해당돼 대주주 변경에 관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현재 1대 주주는 리딩밸류2호를 포함해 37.6%를 보유한 엠케이전자다.

◆한토신 부동산개발 주요공급자 부상=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토신은 올해 상반기 404억원의 영업이익, 31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설립 이래 가장 많은 반기 이익을 올렸다. 또한 3분기 영업익이 245억6400만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무려 281.5%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또한 187억3300만원으로 280.3% 늘었다.

이를 바탕으로 올 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0.7%, 내년은 17.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 예상 부채비율은 19.3%로 재무구조도 견고하다.

깊은 주택시장 침체가 한토신의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토지 소유자들은 전문 디벨로퍼를 찾기 시작하면서 신탁사가 부동산 개발의 주요 공급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차입형신탁 시장은 수수료 기준 작년 1660억원으로 4년 만에 두 배 가량 성장했다. 분양 매출로 환산했을 경우 4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한국토지신탁은 최대 자본력(자본금 2520억원)과 공기업 시절부터 축적된 다수의 개발경험을 기반으로 차입형 신탁시장 점유율 70%라는 압도적인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토신은 민영화 이후 수익성 높은 사업에 선별 참여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왔다"면서 "특히 신탁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리스크는 낮아지고 이익의 질은 더욱 제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신탁 실적 요약 (단위 10억원)[자료=한국투자증권 제공]


◆경영권 둘러싼 갈등 여전히 '휴화산'= 눈에 띄게 수익성이 개선되는 만큼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도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1대 주주인 엠케이전자와 2대 주주인 아이스텀과 지분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PEF '파이어니어'의 기싸움이다.

갈등은 작년 4월 LH가 보유한 지분 전량(31.29%, 7900만주)을 반도체 장비 업체인 엠케이전자가 참여한 '리딩밸류2호' PEF에 매각하면서 시작됐다. 2대 주주가 된 엠케이전자는 내친 김에 리딩밸류2호와 별도로 개인 주주 등으로부터 직접 지분을 더 사들이며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민영화 이후 수익성 위주로 체질을 바꾸는데 기여를 한 아이스텀은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고자 했다. 그러나 엠케이전자와 입장차가 벌어지면서 아이스텀은 지난 8월25일 PEF 파이어니어에 한토신의 보유지분 전량(31.6%)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파이어니어는 신생 PEF 운용사인 프론티어인베스트와 한화인베스트먼트를 주축(무한책임사원)으로 KKR 및 세종상호저축은행이 투자자(유한책임사원)로 참여한 펀드다.

프론티어는 지난 10월29일 금융위에 대주주 변경 승인을 요청해 현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통상 대주주 승인심사는 접수 후 60일 이내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이달 말경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추가자료 제출 등의 기간은 심사 기간서 제외되기 때문에 결과가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만약 프론티어가 대주주 승인을 받을 경우 한토신의 지분 31.6%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사모펀드 특성상 풍부한 자금유동성을 이용해 소액주주의 지분을 모을 경우 37.6%를 보유한 엠케이전자에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측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프론티어 관계자는 "절차상 문제가 없는 만큼 이달 말 승인여부가 결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후 (경영권과 관련된) 문제는 승인여부가 결정된 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엠케이전자와 한토신 측은 말을 아꼈다. 엠케이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대주주 승인심사가 나온 이후 대응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한토신 관계자는 "단기 시세차익 실현이 목적인 해외 사모펀들의 인수를 반대하는 일부 입장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심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